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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EU 정상회담… 독자 방위군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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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유럽의 방위는 유럽인의 손으로' - .3~4일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정례 유럽연합 (EU) 정상회담의 주의제는 유럽의 공동외교안보정책 (CFSP) 추진방안. 즉 미국의 안보 울타리를 벗고 유럽 독자적 방위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15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틀간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유럽의 독자방위는 오래 전부터 거론돼온 과제지만 최근 유럽의 문제이면서도 미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발칸사태가 자극제로 작용, 추진에 가속이 붙었다.

독일과 프랑스 양국은 지난달 28~29일 프랑스 툴루즈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유럽의 전략적 환경변화에 부응, '유럽신속대응군' (가칭) 의 창설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코소보 사태와 같은 유럽내 위기에 대처할 자율적 수단이 필요하다는 뼈저린 인식에서다.

이에 앞서 영국과 프랑스는 이미 지난해 12월 프랑스 생 말로 정상회담에서 유럽 공동방위 체제의 조속한 출범에 합의한 바 있다.

유럽의 트로이카인 독일.프랑스.영국 3개국이 이미 밑그림을 완성한 상태인 것이다.

쾰른 정상회담에서 공식화될 유럽 공동외교안보정책의 추진방향은 외교안보정책을 관장할 'CFSP 최고대표' 를 두고, 고유한 군사수단을 확보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탈 (脫) 냉전시대 유럽안보에 새로운 위협요인이 되는 지역분쟁에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도록 자체 대응능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일명 '미스터 CFSP' 로 불리는 초대 CFSP 최고대표엔 하비에르 솔라나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사무총장이 유력시되고 있다.

올해말로 사무총장 임기를 끝내고 내년부터 맡게 될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도 있다.

'고유한 군사수단' 과 관련해서는 유럽의 유일한 독자 군사기구지만 사실상 이름뿐인 서유럽동맹 (WEU) 을 그대로 넘겨받아 군사수단의 토대로 재구성한다는 쪽으로 방향이 잡혀가고 있다.

암스테르담 조약에 규정된 대로 EU가 WEU를 흡수하는 셈이다.

WEU의 정책 집행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6만명의 유럽군단 (Eurocorps) 도 자연히 EU로 넘어가면서 '유럽 신속대응군' 의 모태가 될 전망이다.

WEU 흡수 시기에 대해 독일은 내년 말로 시한을 못박자는 입장이나 회원국마다 약간씩 의견이 달라 이번 정상회담에서 결론이 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럽국가들은 EU의 자율적 군사수단이 나토와 경합관계에 있지 않으며, 상호보완적 관계를 갖게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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