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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로비 수사] 풀리지 않는 의혹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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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급옷 로비 의혹' 사건 수사 결과는 의혹이 풀렸다는 시원한 느낌을 주기는커녕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사건 관련자들이 청와대 사정팀으로부터 받았던 애초의 조사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미진한 느낌을 주고 있다.

◇ 裵씨의 로비 동기 = 배정숙씨가 친구사이인 최순영 회장의 안사돈 趙모씨를 걱정하다 로비에 나서게 됐다는 게 검찰 설명. 그러나 사돈 趙씨는 崔회장 비리와는 애초부터 관련이 없었다.

趙씨의 '낮은 울타리' 모임 가입이 연정희씨에 의해 거부됐다고 해서 裵씨가 곧바로 趙씨는 물론 崔회장이 다칠 것을 연상했다는 건 아무래도 무리다.

따라서 崔회장 사법처리에 대해 延씨와 裵씨가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눴을 가능성이 있다.

◇ 裵씨의 로비 중단 시점 = 검찰은 裵씨와 李씨가 옷값 대납문제로 언쟁을 벌인 지난해 12월 18일로 모든 로비 시도가 끝났다고 했다.

따라서 같은달 26일 延씨 집에 배달된 털 반코트는 로비와는 별개라는 논리다.

그러나 李씨는 라스포사 정일순사장이 21일 자신의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옷값을 언니가 내도록 설득해 달라" 고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로비 시도가 완전히 끝난 게 18일이라면 라스포사 사장 鄭씨는 왜 21일까지도 李씨의 여동생에게 돈을 갚아달라고 졸랐는지 이해가 안된다.

裵씨와 鄭씨는 또 26일 延씨에게 호피 무늬 털 반코트를 사라고 강력히 권유했고, 裵씨는 "내가 사준다" 는 말도 했다는데 로비가 좌절된 마당에 왜 그런 말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 옷값 2천4백만원의 정체 = 裵씨가 李씨에게 대신 갚으라고 요구한 2천4백만원이란 액수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의문이다.

검찰은 이 2천4백만원이 "裵씨의 머리 속에서 나온 실체없는 액수" 라고 밝혔지만 2천5백만원이나 3천만원 등이 아닌 2천4백만원이란 액수를 댄 것은 뭔가 근거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延씨와 裵씨 등이 지난해 12월 9일부터 26일까지 세차례에 걸쳐 라스포사.앙드레 김.나나부띠끄 등 세곳에서 구입한 의상비는 延씨가 반품한 2백50만원짜리 니트코트를 포함해 모두 7백85만원. 여기에 延씨가 되돌려 보낸 털 반코트 (4백만원) 값까지 더해봐도 2천4백만원과는 거리가 있다.

裵씨가 의도적으로 부풀린 것인지, 검찰이 밝히지 못한 또다른 로비 의혹이 있었는지가 분명치 않다.

◇ 延씨의 반코트 반환과정 = 반환시점과 집에 배달된 사실을 안 시점 등에 대해 延씨의 진술이 수차례 오락가락했다.

또 延씨가 애초에 이 옷을 반환할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검찰 관계자는 "延씨가 집에서 코트를 발견한 즉시 라스포사에 전화를 걸어 반환의사를 밝혔다" 고 말했지만 수사발표문엔 이런 내용이 없다.

延씨가 이 옷을 외상으로 사려고 했는지, 아니면 裵씨에게 선물받은 것으로 생각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옷의 착용 여부를 포함, 지나치게 延씨의 주장에만 의존했다는 지적이다.

◇ 鄭씨 조사 제대로 했나 = 鄭씨는 검찰에서 "裵씨가 '고급손님을 모시고 올테니 좋은 물건을 준비하라' 고 말했다" 고 진술했다.

鄭씨는 또 "李씨로부터 옷값을 못치른다는 전화가 왔다" 고 전하자 "내가 언제 옷사달랬느냐" 며 裵씨가 화를 냈다는 말도 털어놨다.

검찰은 그러나 李씨가 "裵씨는 물론 鄭씨도 장관 부인들의 옷값을 대납하라고 독촉했다" 고 한 말은 근거없다며 鄭씨를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따라서 검찰이 裵씨를 처벌하기 위해 鄭씨와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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