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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로비 수사] 수사로 본 사건 전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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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수사 착수 5일 만에 일단락된 고급 옷 로비 의혹 사건 전말을 검찰 수사 결과로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이번 사건이 처음 표면화된 것은 지난 1월. 신동아 최순영 회장 부인 이형자씨가 崔회장 구명 과정에서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의 부인 연정희씨로부터 옷값을 대신 내라고 요구받았다는 첩보를 사직동팀이 입수, 내사에 들어갔다.

李씨측은 崔회장이 구속되자 2월 '옷값 대납 요구' 사실을 신문광고로 낸다며 항의소동을 벌였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延씨와는 무관한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씨의 일방적인 '작품' 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裵씨는 延씨를 '아우님' 으로 부르며 봉사모임인 '낮은 울타리' 를 함께 운영할 정도로 친밀한 사이. 裵씨는 98년 11월 李씨의 안사돈인 趙모씨를 '낮은 울타리' 에 가입시킬 것을 제의했다가 延씨로부터 崔회장 문제를 이유로 거절당하자 趙씨에게 "비가 오면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 고 귀띔했다.

12월 14일엔 李씨에게 "남편 (최순영) 의 사법처리는 물론 사돈 회사까지 걱정된다" 고 알렸다.

다음날 李씨로부터 사돈만이 아니라 우리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으며 裵씨의 로비가 시작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하루 뒤 裵씨는 앙드레 김 의상실에서 延씨에게 30만원짜리 블라우스 한벌을 사주고 16일 앙드레 김과 나나부띠끄를 延씨와 함께 찾았다.

17일엔 앙드레 김 의상실에서 崔회장이 외자유치를 못할 경우 "어렵지 않겠는가" 라는 延씨의 답변을 들었다.

裵씨는 이날 밤 李씨에게 "앙드레 김.페라가모 등에서 산 옷값 2천4백만원을 준비하라" 고 전화했고, 18일엔 횃불선교원으로 가서 李씨에게 "총장과 장관 부인들이 라스포사에서 입은 밍크코트 등이 몇천만원어치 될 것 같다" 고 말했다는 것이다.

李씨는 2천4백만원은 대신 내려 했지만 몇천만원 얘기가 또 나오자 모든 대납을 거절해 버렸다.

물론 裵씨는 이같은 '대납요구' 진술을 모두 부인했지만 검찰은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가 12월 18일 裵씨로부터 "崔회장건 해결 관계로 총장부인 등 고급손님을 모시고 갈테니 좋은 물건을 준비하라" 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기 때문. 횃불선교원에서 裵씨와 李씨가 옷값 대납문제로 다퉜다는 李씨의 동생 진술도 근거가 됐다.

검찰은 이와 함께 延씨가 98년 12월 구입한 옷값 총액은 5백60만원 (이중 3백20만원어치 반납) 으로 라스포사 (2회)에서 1백90만원, 앙드레 김에서 1백20만원이라고 밝혔다.

나나부띠끄에선 2백50만원짜리 니트코트를 구입했다가 반납했다.

페라가모에선 옷을 사지 않았고 라스포사에서 샀던 투피스 등은 모두 손위 동서들이 준 상품권으로 결제, 외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延씨가 받았다는 문제의 호피무늬 반코트는 지난해 12월 26일 鄭씨가 일방적으로 延씨 승용차 트렁크에 넣어 보낸 것으로 延씨가 2~3일 후 발견, 전화로 반납의사를 밝혔다는 것.

검찰은 "延씨가 지난 1월 2일 포천의 기도원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돌려주려고 손에 걸치고 나왔으나 이날 늦어 반납을 못했고 5일 반납했으며 로비 대상은 아니다" 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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