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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굽히지 않는 '전투적 글쓰기 3인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김정란 (46.상지대.불문학) 교수는 얼마전까지 엄청난 전화폭력에 시달렸고 최근엔 한 유명 문학출판사로부터 자신의 시집 ( '내.영.혼.의 스타카토' ) 출판을 거부당해 원고를 되돌려받았다.

강준만 (43.전북대.신문방송학) 교수는 지난달 26일 자신이 비판했던 한 대학교수로부터 명예훼손으로 제소를 당했다.

진중권 (36.독일 베를린자유대 언어학 박사과정 중) 씨는 하루일과의 절반 이상을 이메일로 날아드는 비난에 답하느라 이제 몸.마음이 다 상했다는 고백과 함께 이런 얘기를 전하고 있다.

"전투적 글쓰기…우연히 약이 올라서 시작한 일인데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거다. 도발적 말투 때문에 내가 함께 놀아야 할 좌파에게마저 욕을 먹고 포위를 당하고 말았다. "

이름하여 '전투적 글쓰기 3인방' 이 당하는 시련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김.강 두 교수는 한국의 지식계에서 시쳇말로 '왕따' 가 되더라도 허위의식을 깨는데 몰두하겠다는 신념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진씨의 경우 "이제 생산적인 글쓰기를 통해 우회적인 비판에 나섰겠다" 며 전략수정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상태. 하지만 그들을 향해 쏟아지고 있는 독자들의 성원은 상상을 넘어서고 있다.

그만큼 '전투성' 을 향한 갈증이 심했다는 의미일 게다.

강 교수가 평소 "공격의 타깃은 명확하고 단순해야한다" 는 논리와 함께 비장한 전투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정평이 나 있는 상태. 김 교수는 특정 출판사.문인을 거론하면서 폈던 자신의 강도높은 비판발언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 것뿐이다.

허상은 분명히 깨뜨려야 한다" 며 소신을 굽힐 요량이 아니다.

지난달 23일 청와대 문인모임에서 자신이 '여자 강준만' 으로 김대중 대통령에게 소개된 것에 대해서도 가타부타 평이 없다.

특히 주목할 사실은 당초 '동지적 글꾼' 으로 만난 강준만 교수와 진중권씨가 상호비방전에 나선 점이다.

일부에선 두 사람이 애정을 전제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우군끼리의 전쟁으로 표현하고 있을 정도. '자유라는 화두' (삼인 펴냄)에 실린 진씨의 '강준만 : 한 전투적 자유주의자의 지식인 혐오증?' 이라는 글에 대해 강 교수는 '인물과 사상' (6월호) 을 통해 '손도 안대고 코 풀려는 소설가 진중권' 이라며 반격을 가하고 있다.

지금은 두 사람 사이 갈등의 골이 깊은 상태지만 언젠가는 서로를 이해하게 될지 모를 일. 이들의 글쓰기 작업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정란 교수는 올해안으로 시집과 시.소설부문 각 1권씩의 평론집을 내놓을 예정. 최근에는 자작시 낭송CD '새로운 천년 - 사이렌 사이키' 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강준만 교수는 월간 '인물과 사상' 과 단행본 시리즈 '인물과 사상' 에 쏟아붓는 글의 분량만 해도 엄청난 상태다.

진중권씨의 경우 올 여름부터 내년 여름까지 6~7권의 단행본을 선보일 계획이다.

첫 작품은 언어철학적으로 비판한 '한국의 좌우익 이데올로기' . '성의 미학' '마녀사냥 - 감시와 처벌' '엑스 리브리스' ( '~라는 책에서' ) '미학 에세이' 와 이론서 등이 그 후속작이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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