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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길잡이] 손자병법, 경쟁에서 이기는 '삶의 지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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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피지기 (知彼知己) , 백전백승 (百戰百勝)' . 손자병법 3편에 실린 내용으로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하는 구절이다.

이 책에는 이외에도 우리 삶에 깊이 뿌리내린 구절들이 적지 않다.

춘추전국시대의 병법을 연구한 대표적인 인물 손자 (孫子) 의 병법서는 동양문화권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오래 전에 번역돼 읽힐 정도로 유명하다.

사실 여부를 떠나 독일의 빌헬름 2세가 전쟁에서 패한 후 이 책을 읽고 "20년 전에 내가 이 책을 읽었더라면…" 하며 탄식했다는 얘기가 있다.

또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 항상 이 책을 끼고 다녔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로 이 책은 동서고금을 통해 널리 읽혀왔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온 고전이라 해도 그 내용을 직접 소재로 하는 논제가 출제되기는 어렵다.

자연.사회.인간에 대한 근본적 인식을 다루기보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삶의 지혜' 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해 포괄적으로 접근하거나 문제틀을 조금 바꿔보면 충분히 논제의 제시문으로 출제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단순히 손자병법 하나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논제의 의도를 보충해줄 수 있는 또 다른 제시문이 함께 출제돼야 한다.

가령 현대적 적용의 가능성을 묻는 논제가 대표적이다.

현대 경쟁사회에서 이기는 전략으로서 손자병법의 유효성을 물을 수도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현대 경쟁사회를 진단.분석하는 제시문이 함께 주어져야 한다.

또 책 내용 중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라는 대목을 제시하고 현대 사회에서의 평화 문제를 다룰 수 있다.

이 때도 현대의 평화문제를 분석한 이론적인 글이 함께 논제로 제시돼야 한다.

이밖에 전략서가 안고 있는 근본적 전제를 반성토록 요구하는 논제가 출제될 수 있다.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 과 '정당한 방법' , 혹은 '정의로운 방법' 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가정하에 양자의 딜레마를 주제로 논쟁적인 주제를 출제해볼 수 있다.

이때 물론 '손자병법' 의 내용이 직접 주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그것을 보다 풍부하게 읽고 반성해보지 않으면 답할 수 없는 논제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고전을 재미있게 읽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지혜를 얻는 것이다.

그것도 도덕적으로 감화받은 지혜가 아니라 논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지혜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생각할 수 있는 배경지식과 논리적 사유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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