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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민심수습 대책 뭘까] 정.관 고강도 사정 예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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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대통령이 귀국하면서 여권 내부에서조차 기정사실화되다시피 했던 '김태정 퇴진' 기류는 완전히 반전되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여론에 떼밀린 김태정 법무부장관의 사퇴는 있을 수 없다는 게 金대통령의 판단으로 보인다.

한번 이런 전례를 만들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는 '오기' 마저 서린 듯하다.

이런 것들은 金대통령의 귀국 기자회견과 직후 열린 여권 수뇌부 4자회동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마녀사냥식 처리는 곤란하다고 강조한 金대통령은 1시간55분 동안 열린 4자회동에서도 이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金대통령은 배석한 김중권 비서실장의 수사진행 상황보고를 청취한 뒤 이런 결심을 보다 확실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서 김종필 국무총리와 박태준 자민련 총재는 속전속결식 민심수습의 필요성을 밝혔으며 김영배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은 당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는 여러 갈래의 여론, 특히 金장관 사퇴불가피론 등을 가감없이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박준영 대변인이 밝힌 것처럼 최종결론은 " (마녀사냥식으로 몰고가면 많은 후환을 남길 것이라는) 대통령의 공항회견을 재확인했다" 는 것이다.

4자회동의 이같은 결론은, 사실상 종결된 검찰수사의 핵심내용을 보고받은 뒤 나왔다는 점에서 金장관의 유임가능성을 한결 높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金장관의 극적 사퇴를 아주 배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칙과 수순, 절차를 중시하는 金대통령의 특성상 이런 것들을 무시한 채 그동안 진행됐던 '퇴진 대세론' 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달궈진 퇴진여론을 이날 회동을 통해 일단 잠재운 뒤 대통령 스스로의 결단에 의해 사퇴시키는 수순일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박태준 총재 등은 김태정장관 부인의 뇌물수수 부분이 없지 않느냐, 즉 법적 책임은 없지만 통치자의 입장에선 경중을 따져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金장관 문제가 어떻게 처리되건 귀국하자마자 숨돌릴 틈없이 옷 로비 사건 수습의 전면에 나선 金대통령이 고강도의 '여권 기강잡기' 에 나설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미 청와대의 일부 파트와 국민회의의 핵심부서는 대대적인 국정쇄신책 혹은 민심고르기 정책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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