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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교육개혁] 재택교육 우리는 어떤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우리나라의 경우 홈스쿨링은 아직 교육당국과 학부모 모두에게 생소하고도 이질적인 개념이다.

홈스쿨링의 장.단점을 떠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인프라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

교육당국으로부터 홈스쿨링에 필요한 교안.교보재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관련 단체나 모임도 결성돼 있지 않다.

"어떻게 학교를 안보낼 수 있느냐" 는 따가운 시선을 이겨내기도 힘들다.

척박한 풍토에도 국내 홈스쿨링 가정은 현재 1천가구쯤으로 추산된다.

물론 이들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중등교사 출신인 안영호 (安永皓.42.인천시부평구) 씨는 자녀들이 '쓸데없는 과제물 홍수' 와 '영악하고 맹랑한 아이들 틈에서 기죽어 지내는 게 싫다' 는 이유로 딸 지혜 (12) 양과 아들 태근 (9) 군에게 재택교육을 시키고 있다.

지혜양은 3년째로 접어들었고, 태근군은 이제 한달째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상 입학통지서를 받은 뒤 '특별한' 이유 없이 학교에 안보내면 안되기 때문에 安씨는 일단 입학시킨 뒤 자퇴수속을 밟으려 했다.

그러나 이게 쉽지 않았다.

학교에서 "나중에 생각이 바뀔 때를 대비해서라도 일단 학적을 보유하라" 고 강권한데다 주위 사람들도 "아이들 장래를 망치려고 이러느냐" 며 극구 만류했기 때문이다.

학적을 갖고 있다 보니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安씨는 자녀들의 장기결석이 계속되면서 학교측에서 계속 찾아오는 등 신경을 쓰는 게 민망해 지금까지 다섯차례나 이사.전학을 반복했다.

安씨는 현재 하루 3시간 가량 지혜양과 태근군을 직접 가르치는 한편 동네 도서관에서 독서교육을 시키고 인근 학원과 체육관에서 수영.피아노.그림.외국어 등을 배우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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