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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비리 재검 면제자 대상 전국으로 수사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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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경찰청이 병역비리 수사를 전국으로 확대키로 했다. 경찰청 수사국은 20일 “최근 서울과 경기도에서 발생한 병역비리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다른 지역에서도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방 병무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받아 수사 범위를 정할 계획이다. 경찰청 마약지능수사과 김광남 경정은 “첫 신체검사에서 현역 입영에 해당하는 1~3급을 받았다가, 재검을 신청해 공익근무요원(4급)이나 면제(5·6급)를 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수사 범위를 좁혀나가는 방식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이 병역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사이버수사대도 이번 수사에 참여할 계획이다.


◆‘어깨 탈구’ 66명 소환=경기도 일산경찰서 주정식 형사과장은 “2006년 1월부터 올 6월 30일까지 서울 강남에 있는 A병원에서 어깨 탈골 수술을 받고 병역 면제 또는 감면 판정을 받은 203명 가운데 66명을 소환해 조사를 마쳤다”며 “이들 중 49명이 병역을 회피하기 위해 고의로 어깨를 훼손한 혐의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병역 기피 혐의를 자백한 피의자들은 “인터넷 또는 지인 등을 통해 병역 기피 방법을 알아내고 A병원에서 어깨 탈골 수술을 받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다음 주까지 203명 전원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무리해 병역 기피자를 가려낸 뒤 어깨 탈구 수술을 해준 A병원 병원장 등 의사 3명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A병원 병원장은 길영인 변호사를 통해 “일부 언론에서 ‘경찰이 탈구 유형별로 7명을 골라 MRI 사진 등을 감정 의뢰한 결과 6명이 불필요한 수술을 받았다는 소견이 나왔다’고 보도한 것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자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병무청의 관리 감독 소홀도 조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병무청 징병검사과 직원 2명은 19일 경찰에 자진 출두해 “징병검사 예규에 미지정 병원이라도 병사용 진단서를 발급, 처리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어깨 탈구 수술을 받은 203명 가운데는 현역 프로 축구선수와 배구선수, 프로게이머 등 유명인과 서울 강남의 부유층 자녀가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바꿔치기’ 수사 확대=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환자 바꿔치기’ 수법으로 현역 입영 대상자의 병역을 감면받도록 해 준 혐의(병역법 위반)로 브로커 윤모(31)씨와 심부전증 환자 김모(26)씨를 19일 구속했다. 이들에게 의뢰해 공익근무 판정을 받은 카레이서 김모(26)씨도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3월 자신이 개설한 병역 연기 사이트에서 카레이서 김씨의 의뢰를 받았다. 환자 김씨에게 카레이서 김씨의 건강보험카드를 내고 대신 병원 진료를 받도록 하는 수법을 이용해 공익근무 판정을 받게 해 준 대가로 카레이서 김씨로부터 710만원을 받았다. 경찰은 16일 압수수색했던 대학병원 네 곳의 관계자들에게 20일 소환 통보를 했다. 이들 병원은 환자의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고양=전익진,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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