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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탈형식·탈권위 내세운 이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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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월례 조회에서 이참(오른쪽) 사장이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 사장은 훈시를 하던 월례조회를 얘기를 나누는 식으로 바꿨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지난달 3일 서울 중구 다동의 한국관광공사 빌딩 강당. 키 196㎝인 거구의 서양인이 마이크 앞에 섰다. “이 자리에서 제가 관광산업 얘기를 하는 것은 공자 앞에서 문자 쓰고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겠지만….” 좌중에선 폭소가 터졌다. 한 때 ‘이한우’란 이름으로 알려졌던, 독일 출신 귀화인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의 취임식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 사장은 이어 “취임식만 아니었다면 경북 안동에 가서 방한 중인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관광 안내를 하고 싶었다”며 “그걸 마다하고 여러분을 만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취임식에 참석했던 한 직원은 “‘공사’ 스타일의 조직 분위기가 앞으로 확 바뀌리란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달 1일 열린 월례 조회에서는 경례와 훈시가 사라졌다. 이 사장과 직원들은 샌드위치나 커피를 손에 들고 서로 얘기를 나눴다. 이른바 ‘2탈(탈형식·탈권위)’을 내세운 이 사장 식 조회였다. 이 자리에서 이 사장은 “튀는 아이디어와 공격적이고 순발력 있는 직무 수행”을 주문했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관광 문화를 창조하려면 튀는 아이디어가 필수이며, 그러려면 딱딱한 공사의 기업 문화부터 바꾸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왜 탈형식·탈권위를 내세웠는지를 분명히 한 대목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두주불사형’의 애주가로 알려진 이 사장이 적어도 6개월간은 술을 입에 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만사 제쳐놓고 업무에 매진하겠다는 이유였다. 또 한국어와 독일어는 물론 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까지 유창하게 구사하면서도 매일 또다른 외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일본어와 중국어다. 한국 관광의 가장 큰 시장인 일본과 중국에서 직접 세일즈 활동을 하기 위한 기초를 다지는 것이다.

사장의 이런 모습에 직원들도 바뀌고 있다. 관광공사 박병직 고객만족경영팀장은 “아침 업무 전에 열리는 외국어 특강 등 사내 자기계발 프로그램 참가자가 늘어나는 등 ‘자신을 업그레이드하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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