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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놈이 더 간다 … 대형주·그룹주 펀드 노려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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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호 26면

‘시장은 현명하다’ ‘시장을 이길 수 없다’….

21일 FTSE선진지수 편입, 투자 전략

‘효율적 시장 가설’을 설명하는 말이다. 모든 정보가 가격에 즉각 반영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는 시장 평균을 초과하는 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그럴 수는 없다는 논리다. 성공적이었던 투자 전략이 공개되거나 많은 이가 더 효과적인 투자전략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초과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은 무의미해진다. 오히려 이러한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고, 이는 투자자의 수익을 까먹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저렴한 비용으로 시장 수익률을 추구하는 인덱스 펀드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국내에서 인덱스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펀드의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증시 역사가 오래된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인덱스 펀드가 대세다. 특히 인덱스 펀드를 상장시켜 거래를 편하게 만든 상장지수펀드(ETF)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1000조원에 육박한다.

막대한 자금이 움직이기 때문에 어떤 국가나 기업이 인덱스에 들어가느냐 아니냐는 수급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21일) 국내 증시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10년 내 최대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18일 종가를 기준으로 이날부터 국내 증시가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지수에 편입된다. 이를 기념하듯 18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710선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100억~300억 달러가 시장에 추가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이어지는 외국인의 폭발적인 매수세도 FTSE선진지수 편입에 힘입었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증시 패러다임에 걸맞은 투자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수 따라 3조 달러 움직여
FTSE지수는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와 런던증권거래소가 1995년 공동으로 설립한 FTSE인터내셔널사가 작성·발표하는 세계 주가지수다. 모건스탠리의 MSCI지수와 함께 세계 2대 지수로 일컬어진다. 전 세계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싶지만 모든 국가와 기업을 조사할 여력이 안 되는 많은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이 FTSE지수나 MSCI지수를 기준으로 삼아 투자를 한다. 따라서 이들 지수에 어떻게 편입됐느냐에 따라 해당 국가의 주가와 종목은 큰 영향을 받게 된다.

FTSE지수는 전 세계, 특히 유럽계 펀드가 지표로 삼는 지수다. 현재 FTSE지수를 참고해 투자 종목을 짜는 외국인 투자자금은 3조 달러(약 36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FTSE지수는 선진시장(25개국)과 선진신흥시장(6개국)·일반신흥시장(16개국)·프런티어시장(23개국) 등으로 구성된 신흥시장으로 나뉜다. 국내 증시는 대만·브라질 등과 함께 선진신흥시장에 속해 있다가 21일부터 미국·영국·일본 등이 포함된 선진시장으로 편입된다.

총 3조 달러 가운데 선진지수를 따르는 자금은 전체의 89.5%, 약 2조7000억 달러다. 국내 증시가 ‘어른’ 대접을 받게 됐고 장기 투자자금이 들어온다는 질적 의미 외에, 실질적으로도 돈이 들어오는 효과가 있다. 선진시장 25개국 가운데 한국 비중은 11위(2.07%)로 559억 달러에 달한다. 앞서 신흥시장에 속했을 때는 투자 비중이 신흥시장 내에서 14.97%로 브라질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신흥시장 전체에 투자되는 자금이 3000억 달러이다 보니 국내 시장에 돌아오는 몫은 449억 달러에 그쳤다. 단순 계산하면 약 110억 달러가 국내 증시에 추가 유입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일부에선 ‘용(선진시장) 꼬리’보다는 ‘뱀(신흥시장) 머리’가 나을 수 있다고 말한다. 투자 비중이 15% 이상 되면 펀드들이 이를 편입하지 않고 버티기 어렵다. 펀드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흐름을 좇도록 설계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처럼 비중이 2%라면 무시하고 가도 지수를 좇는데 지장이 없다. 이 때문에 FTSE선진지수 진입으로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자금만 빠져나가고 선진시장에 투자하는 자금은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연구원은 “FTSE선진지수 내 미국·영국·일본·프랑스 4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비중은 5위국인 캐나다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며 “선진지수 내에서 한국의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고 말했다.

효과 반영?…장기적으론 호재
얼마의 돈이 더 들어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업계에서는 현재 환율을 고려해 약 12조~36조원에 이르는 돈이 들어올 것으로 추정한다. 외국인들은 올 3월 이후 최근까지 국내 시장에서 26조원어치를 사들였다. FTSE선진지수 편입으로 들어오게 될 예상 자금 범위의 중간쯤 된다. 이 정도면 대충 들어올 돈은 이미 다 들어왔다는 분석도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로 들어온 유럽계 자금이 미국계 자금을 웃돈 게 증거라는 것이다. 유럽계 자금은 주로 FTSE지수에 따라 투자한다.

21일이 지나면 외국인 순매수 강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98년 1월 FTSE선진지수에 편입된 포르투갈의 경우가 그렇다. 97년 5월 선진지수 편입 발표 이후 외국인 지분율이 급증했지만 실제 편입된 이후에는 오히려 감소했다. 2001년 6월 편입된 그리스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선진지수 편입으로 외국인 지분율은 크게 확대됐다. 포르투갈의 경우 지수 편입 당시 20%대에 불과하던 외국인 지분율은 2007년 50%선까지 급증했다. 지수 편입 효과를 노려 초기에 들어왔던 액티브(적극 매매) 펀드 자금이 빠지고 지수를 충실히 따르는 패시브(수동형) 펀드가 본격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외국인 지분율이 서서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업종 대표주를 공략하라”
FTSE선진지수에 들어간다고 해서 국내 증시에 상장된 모든 종목이 수혜를 보는 것은 아니다. FTSE한국지수에 속한 종목은 107개뿐이다. 삼성전자·포스코·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떠올리면 된다. 중소형주의 경우엔 지수 자체에서 아예 빠져 있다. 오히려 중소형주를 팔아 대형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면 늘수록 중소형주가 맥을 못 출 수도 있다. 최근 외국인 주도 장세에서 중소형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의 7월 이후 상승률은 10%에 그쳤지만 코스피지수는 20% 넘게 올랐다. 교보증권 황빈아 연구원은 “많이 상승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대형주, 특히 업종 대표주를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앞서 선진지수에 편입한 포르투갈과 그리스의 사례를 들어 필수소비재·금융·통신 등 내수 업종에 대한 긍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곽병렬 연구원은 “종목별 편입비중과 시가총액 비중 차이 등을 고려하면 제일모직·OCI·포스코·삼성물산·한화·효성·삼성중공업·태평양·유한양행·삼성증권·동부화재·삼성전자 등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정보기술(IT)·금융·화학 업종을 꼽았다. 특히 3월 이후 외국인 순매수 동향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KB금융·LG화학·하나금융·삼성전기·삼성SDI 등은 외국인들이 앞으로도 더 살 수 있는 여력이 많다며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펀드를 고를 때도 FTSE선진지수 편입을 감안해야 한다. 현재 증시 수급의 열쇠는 외국인이 쥐고 있다. 펀드에서 돈이 계속 빠지고 있어 2007년처럼 기관이 시장을 밀어올리기는 어렵다.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대형주, 특히 FTSE선진지수로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이 들어간 펀드가 유망하다는 것이다. 요즘 각광받는 그룹주 펀드가 좋은 예다. 7월 이후 국내 출시된 그룹주 펀드만 20개에 달한다. 종류도 삼성그룹주 펀드에서 LG그룹·현대차그룹·5대그룹 등 다양하다. 하나대투증권 서경덕 연구원은 “FTSE선진지수 편입으로 대형 우량주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편입, 비편입 종목 간 주가 차별화가 예상된다”며 “대형주 중심의 그룹주 펀드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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