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클린턴 친서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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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평양을 이틀째 방문 중인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은 26일 평양 시내 만수대의사당에서 북한 내 권력서열 2위로 형식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 김정일 (金正日) 노동당 총비서 앞으로 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북한 중앙통신은 이날 "페리 조정관이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회담했다" 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와 관련, 서울의 외교소식통은 "김영남에게 친서를 전달했기 때문에 페리 - 김정일 면담이 무산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며 이번 방북기간 중 두 사람의 면담이 성사될 것으로 관측했다.

김영남은 회담이 끝난 뒤 페리 조정관을 위해 연회를 베풀었다.

이 자리에는 최태복 (崔泰福) 당중앙위 비서.강석주 (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김계관 (金桂寬) 외무성 부상.이상우 장령 (장군) 등이 참석했다.

페리 조정관은 이에 앞서 姜제1부상.金부상 등과 실무회담을 갖고 한.미.일 3국이 마련한 대북 권고안을 설명했다.

회담에서 페리 조정관은 북한이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생산을 포기할 경우 북한체제 존립 보장, 대북 경제지원, 미.일과의 관계정상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5일 CNN과의 회견에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위한 5개 과제로 ^남북 화해.협력^북.미, 북.일 수교^북한 개방 환경 조성^핵 및 미사일 군축 실현^정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 등을 제시한 것의 연장선이다.페리 조정관은 28일까지의 방북기간 중 조명록 (趙明祿) 총정치국장.김일철 (金鎰喆) 인민무력상 등 군부 인사들도 만나 대북 포괄접근 방안을 직접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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