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사고 겁난다' 오토차 기피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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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대구시남구봉덕동 金상환 (60.상업) 씨는 최근 자신의 아반떼 자동변속 차량을 수동변속 차량으로 바꾸기로 했다.

차종을 가리지 않고 잇따르는 자동변속 차량의 급발진 사고 때문에 운전하기가 겁이 나서다.

金씨는 "승용차를 산 지 2년도 안됐지만 급발진 사고에 대한 보도가 끊이지 않아 불안해서 못 타고 다니겠다" 며 "중고차 시장에 차량가격을 알아 보고 있다" 고 말했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로 인한 신드롬이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자동변속 차량을 수동변속 차량으로 바꾸거나 이미 계약했던 오토차 구입을 포기하는 등 각종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 운전공포 = 3년된 뉴프린스 자동을 모는 개인택시운전기사 김정회 (金正會.44.전북전주시평화동) 씨는 "요즈음 시동을 걸 때 앞뒤에 사람이나 다른 장애물이 있는가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며 "차량을 교체할 시기가 되면 수동으로 바꿀 생각" 이라고 말했다.

◇ 자동변속 차량 매물 증가 = 인천시동구송림동 인천교매립지 중고자동차매매센터의 경우 이달 들어 자동변속 차량을 수동형으로 바꾸기 위해 차를 내놓으려는 고객이 하루 평균 4명꼴로 찾고 있다.

이전에는 한달에 고작 서너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회사원 강진석 (36) 씨는 "95년식 소나타Ⅱ 자동변속 차량을 수동으로 바꾸기 위해 4백만원에 내놓았다" 고 말했다.

서울양천구신월동 대덕자동차판매상사 이영준 (李永俊) 사장은 "전에는 판매량의 90%가 자동변속 차량이었는데 최근 급발진 사고가 집중된 뒤부터는 고객 절반 이상이 수동변속 차량을 구입한다" 고 전했다.

때문에 대부분의 중고차시장에서 수동식 차량 공급이 달려 가격이 차종별로 10만~30만원 가량 오른 반면 자동형은 20만~30만원씩 내렸다.

◇ 계약 취소 및 변경 = 경기도포천군소흘읍 한국매매상사의 경우 이번주 들어 자동 차량을 구입키로 했던 고객 2명이 계약을 취소했다.

이 가운데 한명은 대신 수동 차량으로 차종을 변경해 구입했지만 다른 1명은 아예 차량 구입을 포기했다.

매매사원 김병주 (金炳周.30) 씨는 "여성 운전자들의 경우 불안스러워 하면서도 대부분 자동변속 전용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자동 차량을 구입하고는 안전에 대해 이것저것 꼼꼼하게 따진다" 고 말했다.

◇ 수동변속 차량 주문 쇄도 = 대구시달서구 중고차매매업소인 K자동차상사는 26일 승용차 3대를 팔았는데 이 가운데 2대가 수동변속 차량이었다.

지금까지 팔린 차량의 80% 이상이 자동변속기 차량이었지만 지난 1주일 동안엔 70% 선으로 떨어졌다.

李유삼 (43) 상무는 "중고차 거래물량의 대부분이 자동변속기 차량이었지만 며칠 전부터 고객들이 급발진 사고를 우려해 수동변속 차량을 찾고 있다" 고 말했다.

김상국.홍권삼.천창환.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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