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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물 쓰듯 쓴다고? 지구는 목마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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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인류 6명 중 한 명꼴로 제대로 된 식수 없이 산다. 사진은 물 부족에 시달리는 에티오피아에서 한 어린이가 개울의 물을 그대로 마시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물의 미래
에릭 오르세나 지음 양영란 옮김, 김영사
436쪽, 1만6500원

신선하다. ‘물 부족’이란 인류 생존의 문제에 접근하는 시각이 색다르다.

일본인이 즐기는 참치초밥이 아프리카 물 기근을 부추긴단다. 모리타니 인근 해역의 영세어부들이 일본의 저인망 어선에 밀려 바다를 떠난다. 그 결과 단백질 공급원이 줄어든 아프리카 사람들이 염소며 소를 키우는데 이 가축들이 담수를 많이 소비해 물이 갈수록 고갈된다는 설명이다. 물 문제의 세계화를 지적하는 예화겠다.

과학적이다. 꽤나 전문적인 설명이 등장한다.

우리가 숨쉬는 대기 중에는 1만2900㎦의 담수가 있으며 이 중 98%는 수증기로, 나머지 2%는 구름 형태로 존재한다. 이는 대지에 포함된 물과 거의 맞먹는 양이란다. 공기 중에 포함된 물만 뽑아 쓸 수 있다면 물 부족을 걱정할 일은 없지만 구름에 요오드화은을 뿌리는 것만으론 비를 만들 수 없다니 문제다.

엉뚱하다. 물 부족 현황을 살피려 여섯 대륙을 돌아다니느라 여행기도 겸했는데 슬며시 웃음이 나오는 대목이 적지 않다. 캘커타 취재담에선 “당신이 섹스 문제와 관련한 걱정 근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메모를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란 수상한 허브 치료 광고지를 받았단다. 그런가 하면 세네갈에선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솔직히 나의 무지함을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아 혼자 끙끙 앓았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문학적이다. 알제리아의 물 기근을 “수도 파이프에서 아주 자그마한 트림 소리라도 나기 시작하면 전투가 개시된다…모두들 달려들어 그릇이란 그릇은 모두 동원해서 미친 듯이 물을 받는다”라고 전하는 대목이 그렇다. “대지는 평평하다. 주변 세상은 온통 수면과 맞닿아 있다. 하늘은 절대자로 군림한다. 도처에 하늘이다. 나의 눈은 푸른 빛을 머금은 잿빛 물위를 물수제비뜨기라도 하듯이 통통 건너뛴다.” 물에 관한 한 저주받은 땅 방글라데시를 묘사하는 첫 구절은 어지간한 문학작품은 저리 가라할 정도다.

모두 지은이의 내공 덕분이다. 그는 철학과 정치학을 공부하고선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학술원 회원이자 프랑스의 손꼽히는 문학상인 공쿠르 상을 받은 작가이다. 국내에도 소개된 『코튼 로드』에서 세계화의 문제점을 지적한 그가 문득 ‘지구에는 언제나 물이 충분할까’란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는 “작가란 자신이 품은 의문에 대해 책으로 답을 해야 하는 사람”이란 신념에 따라 ‘물 부족 취재’에 나선 결과가 이 책이다.

결론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나일 강에서 황허 강까지 답사하며 과학자·농부·댐 건설자 등 다양한 사람을 접촉해 내린 결론이다. 물 부족이 보편화하고 지역 혹은 국가간 갈등이 빈번해지고 (가뭄으로)농업 생산성이 50%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짙단다.

프랑스 석학 자크 아탈리가 갈파했듯이 미래에는 물이 미래의 희귀재로 떠오른다니 경각심을 갖기 위해서라도 읽어볼 만한, 흥미로운 책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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