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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총재-김태정 장관 뿌리깊은 악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나라당이 김태정 (金泰政) 신임 법무장관에 대한 거부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 가운데는 金장관과 이회창 (李會昌) 총재 사이의 뿌리깊은 악감정도 크게 한몫한다.

두 사람간의 악연은 지난 97년 대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7년 10월 신한국당이 폭로한 '국민회의 김대중 (金大中) 후보 비자금 사건' 에 대해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은 돌연 수사유보 결정을 내렸다.

"대선을 불과 2개월 앞둔 시점에서 과거 정치자금문제를 수사할 경우 극심한 국론 분열과 국가 전체의 대혼란이 우려된다" 는 이유였다.

검찰의 이 결정으로 이회창 후보는 대선 지지율 제고의 결정적인 호재를 놓치게 된다.

김영삼 (金泳三) 당시 대통령이 이 과정에 얼마만큼 개입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어쨌든 검찰의 수사유보는 김대중 후보에게 상당한 도움이 됐다.

당시 김태정 총장은 'DJ 비자금' 수사와 관련한 검찰의 조사요구에 불응한 李총재를 겨냥, "법조인 출신이라기보다는 인기관리를 위해 교묘하게 여론을 이용하는 타고난 정치인" 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金총장의 발언에 격분한 李총재는 金총장 발언 다음날인 22일 "내가 보기엔 金총장이 나보다 더 타고난 정치인 같다. 검찰의 품위가 잘 지켜지길 바란다" 고 쏴붙였다.

이후 98년 내내 정치인 사정, 세풍 (稅風) 과 총풍 (銃風) 등 일련의 사건을 둘러싸고 李총재와 金장관은 사사건건 맞부닥쳤다.

때문에 지난해 가을 국정감사 당시 金장관은 한나라당의 국감 표적 1순위로 꼽혔다.

급기야 '심재륜 파동' 등을 이유로 한나라당은 검찰총장 탄핵소추안을 제출했고, 김태정 당시 총장은 지난 4월 국회 표결에서 탄핵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5표가 더 나오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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