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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요리 비즈니스가 뜬다는데

중앙일보

입력

포브스코리아최근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해외 여행이 늘면서 요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에드워드 권 같은 스타 셰프의 등장으로 요리가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추세다. 대기업들도 최고급 레스토랑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과거 부자와 마니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미식(美食)이 산업화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불붙고 있는 요리 산업 현황과 이를 주도하고 있는 셰프들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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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당의 점심 코스 중 ‘통닭 반마리’. 껍질로 만 닭가슴살과 고구마와 김 퓌레, 깻잎을 김치 소스에 곁들인 샐러드.

요즘 외식 업계에선 퓨전 한식 레스토랑인 ‘정식당’이 화제다. 올 2월 서울 신사동에 문을 연 이곳은 따로 마케팅이나 홍보 활동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사동 미역 파에야, 인삼 밭, 당귀 아이스크림 등 독창적인 요리들이 일부 요리 블로그에 소개되더니 지금은 각종 미디어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테이블이 6개밖에 없는 정식당의 메뉴는 점심과 저녁 코스 한 가지다. 가격은 점심이 4만 원, 저녁이 10만 원으로 부가세는 별도다. 비싸지만 2~3일 전에 연락해도 예약이 쉽지 않다.

정식당의 임정식 대표는 “식당을 연 첫 달부터 흑자를 기록했다”며 “이 정도로 잘될 줄은 예상 못했다”고 말했다. 청담동에서 테이블 4개의 ‘리스토란테 에오’를 운영하던 어윤권 셰프는 최근 2층짜리 레스토랑으로 확장 이전했다. 1층인 ‘구르메 에오’는 좀 더 캐주얼한 공간으로 30석의 야외 가든도 갖췄다.

2층은 기존 리스토란테 에오에 비해 테이블마다 독립적인 공간을 강조했다. 어 셰프는 “돈을 못 벌었으면 확장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 셰프와 임 대표의 공통점은 오너 셰프라는 점이다. 오너 셰프는 자신이 소유한 레스토랑에서 직접 요리하는 사람을 말한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만큼 재료나 식기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실력도 남다르다. 세계 3대 요리학교인 CIA를 졸업한 임 셰프는 전 세계 고급 레스토랑을 다니며 ‘기술’을 배웠다. 어 셰프는 이탈리아로 건너가 현지 최고급 호텔인 포시즌의 부주방장까지 올랐다. 쿠켄네트의 이윤화 대표는 “해외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한국에서도 고급 음식을 맛보려는 수요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식(美食)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전반적으로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단순히 배를 채우던 음식이 이젠 자신의 위치와 개성을 표현하는 시대가 된 것. 미식이 호사가의 취미라는 것은 옛말이다. 임 대표는 “저녁 코스가 10만 원이라 부담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젊은 커플이 많이 찾는다”며 “인터넷에 올려진 음식 사진들을 보고 비주얼에 반했다는 고객도 많다”고 분석했다.

미식 사업에 진출하는 대기업도 늘고 있다. CJ푸드빌은 8월 1일 스테이크 전문점인 ‘더 스테이크하우스’를 열었다. 뉴욕 스타일의 캐주얼 다이닝 카페인 더 플레이스(The Place) 4층에 오픈한 더 스테이크하우스는 60석 규모의 부티크 레스토랑을 표방한다. 최고급 부위의 경우 가격은 100g당 1만5000원.

2인이 넉넉하게 먹으려면 10만 원 이상 든다. 매일유업은 최근 일본 피자전문점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를 국내에 선보였다. 한국에 진출한 일본의 요리 아카데미 츠지원의 박혜연 대리는 “새로운 레스토랑 비즈니스에 진출하려는 대기업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권위있는 레스토랑 가이드북 <자갓(zagat)>의 서울편을 발간할 예정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최근 미식문화가 단순히 먹는 데서 즐기는 수준으로 발전했다”며 발간 이유를 밝혔다.

미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는 ‘스타 셰프’들의 등장을 빼놓을 수 없다. 두바이 7성 호텔 버즈 알 아랍에서 수석 총괄주방장을 지낸 에드워드 권은 최근 TV에 자주 얼굴을 내밀며 영화배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업계에서 그의 파워는 폭발적이다. 그가 서울 평창동에 자신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을 연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홈페이지엔 정식 채용 공고가 나가기 전부터 일할 기회를 달라는 사연이 수백 통 올라왔다.

와인업체들은 와인을 그의 레스토랑에 입점시키기 위해 경쟁이 붙었을 정도. 국내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그가 준비하는 멤버십 레스토랑의 경우 회원권 가격이 어지간한 골프장 회원권과 맞먹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실력을 인정받은 요리사가 다양한 컨셉트의 식당을 열고 방송, 출판 등을 통해 대중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해외에선 흔한 일이다.

국내에 잘 알려진 일본인 스타 셰프 노부는 물론 요리 프로그램으로 국내 시청자에게도 낯익은 고든 램지, 제이미 올리버가 스타 셰프의 전형적인 예다. 국내에도 스타 셰프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올 초 CJ프레시웨이에선 푸드 서비스 분야에서 일할 신입 인턴을 모집하자 경쟁률만 47대 1에 달했다.

CJ프레시웨이의 이지민 센터장은 “최근 대학에 조리학과들이 늘면서 인력이 넘쳐난다”고 밝혔다. 프랑스 최고의 요리학교 르코르동블루를 수석졸업한 이 센터장은 “90년대 말만 해도 해외 유명 레스토랑엔 일본인 견습생 일색이었지만 지금은 한국인이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가에선 인기 셰프들의 문단속에 나섰다. 국내 한 개인 투자자는 “평소 친한 호텔 셰프에게 레스토랑을 오픈해 보지 않겠느냐고 연락했다가 총지배인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글 손용석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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