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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대호 '덩칫값' 톡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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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대호(22.롯데)는 거구다. 1m90㎝의 신장에 몸무게가 100㎏이다. 동료들이 붙여준 별명도 그래서 '빅 보이(Big Boy)'다. 그러나 그동안 '덩칫값'을 못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대호는 2001년 투수로 프로에 들어왔다. 그러나 입단 직후 타자로 전향했다. 어깨 부상 때문이었다. 뒤늦게 '전공'을 바꿨으니 제대로 된 스윙이 나올 리 없었다. 지난 시즌까지 통산 타율이 0.270(46타점)에 홈런이 12개다. 잘 때리는 선수라고는 볼 수 없는 성적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들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체구에 걸맞게 장타가 살아나고 있고, 찬스에도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18일 현재 이대호는 0.237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 통산 타율에는 다소 못 미치는 성적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는 올 시즌 들어 벌써 14개의 홈런을 때렸다. 데뷔 4년 만에 이룬 두 자릿수 홈런이다. 지난 3년간 친 것보다 많다. 타점도 좋다. 역시 통산 타점보다 많은 51점을 기록 중이다.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페레스(64점)에 이어 팀 내 2위다. 타격도 활발해졌다. 최근 5경기에서 무려 0.467(15타수 7안타)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늦더위를 물리치는 놀라운 타격감이다. 이 같은 상승세라면 시즌 타율도 상당히 올라갈 전망이다.

이대호의 활약은 18일 잠실에서 열린 LG전에서 돋보였다. 0-1로 뒤진 2회 1사 1루에서 맞은 첫 타석에서 LG 선발 투수 김광삼의 초구를 그대로 받아쳤다. 굵은 빗방울을 뚫고 솟아오른 타구는 130m를 날아가 왼쪽 관중석 상단에 꽂히는 대형 홈런이 됐다. LG가 3회 1점을 보탠 뒤 6회 강우 콜드게임이 선언돼 무승부가 되긴 했지만 이 홈런이 아니었으면 롯데는 패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대호는 이런 추세라면 20홈런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욕심이 없다"고 말한다. 팀이 부진한 데 혼자서 기록을 챙기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앞으로도 오로지 팀 승리에 기여하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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