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촛불] 미혼모 아이들 키우는 '스님아빠'의 불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 '스님 아빠' 자전거 고장났어. 고쳐줘. " 대구시동구진인동 감천사 '미혼모의 집' 에 다니는 상호 (6)가 주지 오정 (悟靜.37) 스님의 옷자락을 끌고 간다.

스님이 쭈그리고 앉아 자전거 바퀴살에 낀 헝겊을 빼는 동안 상호는 등에 올라탄 채 스님의 맨머리를 만지며 이상하다는 듯 장난을 치고 있다.

오정스님이 현재 돌보고 있는 아이들은 7명. 모두 미혼모의 아이들이지만 그의 손에서 태어났고, 그가 돌보고 있다.

때문에 애들로부터는 '스님 아빠' 로 불리지만 남들은 그를 '미혼모 아빠' 라 부르고 있다.

그가 본격적으로 미혼모 뒷바라지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93년부터. 출가 뒤 10여년간 수행을 하면서 미혼모야말로 대표적인 '고뇌하는 중생' 이란 생각이 들어 법당 앞에 '미혼모의 집' 을 짓고 일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간 미혼모는 15세된 여중생부터 20대까지 1백여명. 배가 부른 채 찾아와 몸을 푼 뒤에도 대부분 이곳에서 1년간 생활하다 아이만 남긴 채 떠나갔다.

애들도 대부분 엄마의 뜻에 따라 새 아빠.엄마 품에 안겼고 엄마가 훗날 데리고 가기로 한 애들만 아직까지 남아있다.

지금도 알음알음 이곳을 찾아오는 미혼모는 줄잡아 한해 20여명. "신성한 절에 미혼모가 뭐냐며 신도들로부터 항의를 많이 받기도 했다" 는 오정스님은 이들 '군식구' 들과의 살림을 위해 산자락을 일궈 만든 2천여평의 밭을 열심히 가꾸는 한편 후원신도 집에 감사의 샘물을 길어다 주고 있다.

053 - 981 - 1552.

대구 = 홍권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