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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여고 유혜숙 교사, 학생들과 '쌀뜨물 발효세제' 보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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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여자고등학교 유혜숙 교사가 이한솔·임소영·김은이·오찬민(왼쪽에서 두 번째부터)양과 쌀뜨물을 이용해 친환경세제를 만들고 있다. [사진=조영회 기자]

10일 오후 2시 아산시 온양여자고등학교 환경교육실. 유혜숙(49·여) 교사와 4명의 여학생들이 쌀뜨물을 이용해 세제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페트(PET)병에 담긴 쌀뜨물에 설탕과 소금을 넣은 뒤 EM(유용미생물)을 혼합해 발효액을 만드는 과정이다. 혼합물을 넣고 일주일 가량 지나 막걸리와 비슷한 시큼한 냄새가 나면 성공이다. 이 물은 주방세제나 세탁세제·샴푸·청소용제·악취제거 등 집안 구석구석에 사용된다. 발효액은 한꺼번에 보관된 뒤 원하는 학생이나 학부모, 학교를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제공된다. 학생들이 손수 만든 것이라서 애착이 깊고 친환경제품이라서 환경교육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효과가 높다. 충남지역에서 이처럼 정규과목에 환경교육을 접목시킨 곳은 온양여고가 유일하다.

◆학교에서 환경교육=학생들이 만든 쌀뜨물 발효액은 청소시간 세정제 대신 사용된다. 유리창을 닦거나 책상·탁자·의자를 닦을 때도 쌀뜨물이 따라다닌다. 건물 주변 텃밭이나 화단에 뿌리면 해충방제 효과도 그만이라고 한다. 물론 걸레나 대걸레를 빨 때도 어김없이 쌀뜨물 발효액이 등장한다.

온양여고에서 쌀뜨물 발효액 만들기 등 환경교육이 이뤄진 것은 2005년. 유혜숙 교사가 부임해오면서 충남지역에서 처음으로 환경수업을 시작했다. 단순한 학교교육이 아니라 가정이나 지역사회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공감하자는 취지였다. 수업은 어렵지 않다. 1학년은 생태환경수업 등 체험위주 수업을 진행하고 2학년은 과학동아리 등을 통해 친환경전도사가 된다. 체험교육은 신정호나 곡교천, 삽교천 등 아산지역을 순회하며 이뤄진다. 무분별한 세제사용으로 병들어가는 현장을 보여줌으로써 환경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켰다. 또 여학생들인 점을 감안해 천을 이용해 ‘친환경생리대’도 만들었다. 교내 화단 등에 유기농 농작물도 재배했다. 이한솔(18)양은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집에서도 활용하는 데 엄마께서 ‘너무 신기하다’며 좋아한다”며 “요즘은 나보다도 엄마나 가족들이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더 알리고 다닐 정도”라고 말했다.

유 교사의 이런 노력이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고 학부모는 물론 교육청과 아산시청에서도 환경교육을 지원하고 나섰다.

◆지역 환경지킴이 역할 ‘톡톡’=온양여고 학생들은 매년 아산지역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가, 환경을 중요성을 알린다. 쌀뜨물 발효액으로 환경을 살리자는 캠페인도 열고 관람객들에게 직접 발효액을 나눠주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짚풀문화제에서 환경탐사반 학생 30여 명이 ‘쌀뜨물 발효액으로 환경을 살리자’는 주제로 캠페인을 개최했다. 홍보유인물 4000여 장을 배포하고 현장에서 직접 발효약을 만들기도 했다. 학생들로부터 쌀뜨물 발효액을 받은 주민들은 “집에서도 활용해야겠다”며 고마워했다. 축제기간 외에도 온양온천역사와 현충사 주변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홍보활동도 펼치고 있다. 김은이(18)양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캠페인과 홍보활동이 지역 환경운동으로 발전돼 아산의 맑은 물과 공기를 보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학교교육은 그대로 가정으로 이어진다. 환경수업시간에 만든 쌀뜨물을 집으로 가져가 사용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기도 한다. 학교에서는 쌀뜨물 발효액 만드는 방법을 학교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가정통신문을 통해 홍보, 호응을 얻었다. 임소영(18)양은 “집에서 살충제 대신 쌀뜨물 발효액에 물을 섞어 쓰기도 한다”며 “자동차 시트에 뿌리면 악취가 모두 달아나 아빠가 너무 좋아하셨다”고 했다. 오찬민(18)양은 “천연비누를 만들 때도 발효액이 유용하게 쓰이고 특히 어성초나 숯, 황토와 섞어 만들면 쓰면 나만의 친환경비누가 된다”고 말했다.

유혜숙 교사는 “환경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필요하다”며 “학교에서의 작은 실천이지만 학생들의 인식을 전환하고 가정, 지역사회가 모두 환경지킴이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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