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따라 주식투자 위험천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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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대구에 사는 투자자 金모 (31) 씨는 매일 아침 증권사 객장을 찾아가 '재료 종목' 을 파악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증권사 직원이 나름대로 파악한 재료 종목을 얘기해주면 이를 활용해서 투자종목을 고르려는 것. 金씨는 "특별한 재료가 있는 것으로 소문이 돌면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많아 매일 점검하고 있다" 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 가운데는 金씨와 같이 재료 종목을 따지는 사람들이 많다고 증권사 관계자들은 전한다. 특히 최근 증시 분위기가 종목별로 주가가 차별화되는 개별 종목 장세의 양상을 띄면서 이런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 전문가들은 "재료는 어디까지나 투자 참고사항으로만 활용하라" 고 충고한다.

자칫 재료만 믿고 투자했다가는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작전세력에 당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신제품 개발설' 과 '외자유치설' 을 주의해야할 재료로 꼽았다. 이런 종류의 재료는 개인 투자자들이 제대로 검증해서 투자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신제품 개발설 = '어느 기업이 획기적인 신제품을 개발했다' , '곧 특허를 낸다더라' 는 소문이 돌면서 주가가 오르는 경우다. 어떤 경우는 소문에 그치지 않고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기도 한다. 때로는 증권사 기업분석 담당자들을 불러 그럴듯한 설명회를 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특히 중소기업이 '획기적인 기술' 을 선전할 때는 일단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증권 전문가들은 말한다. 태흥피혁.신화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 기업은 지난 97년 자동차 매연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했다고 선전하며 제품 설명회까지 열었다. 또 거액의 수출계약을 곧 맺을 것이란 소문도 나돌았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의 주가는 수직 상승했다. 한때 1만원대까지 떨어졌던 신화의 주가는 4만원대를 훌쩍 뛰어넘었고, 8천원대였던 태흥피혁의 주가도 3만원대까지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두 회사는 모두 부도를 냈다. 당시에 선전한 신제품이 제대로 된 제품이고, 그래서 수출이 가능했다면 부도가 날리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현재 이들 기업의 영업활동은 모두 중단되고 상장폐지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쓰레기 소각로와 관련해 획기적인 기술을 수입했다고 선전한 K사, 원가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전선용 소재를 개발했다고 발표한 S사 등 잘못된 재료에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사례는 많다.

증권 전문가들은 "결국 소액 투자자들만 작전 세력에 말려들어 손해본 것" 이라고 설명했다.

◇ 외자유치설 = 개인 투자자들이 잘 속는 또다른 재료는 외자유치설이다. '외국 투자자와 외자유치 추진중' 이란 소문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다. 특히 '추진중' 이란 말이 애매해 이런 소문이 더욱 판친다. 추진중이란 말은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외자유치에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한 기업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예를 들어 대한종금은 지난 3월 거액의 외자유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지 한달도 안돼서 부도를 냈다.

당시 대한종금에 투자한 외국 회사는 홍콩의 E&E인베스트먼트사. 과거 국내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회사다. 이 회사는 대한종금이 실시한 유상증자에 1천2백억원 (2천4백51만주) 이나 투자했다.

만일 제대로 된 외자유치였으면 부도사태가 났겠느냐는 것이 증권 전문가들이 갖는 의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자유치로 실제 현금이 회사로 들어갔는지, 장부상으로만 자금이 움직였는지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

동원경제연구소 온기선 실장은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로 외자유치 관련 소문이 해당 기업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커졌다" 며 "이런 소문은 사실인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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