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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공원 재단장 맞춰 15일 새 기념탑 완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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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복되어라 의로움에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마태오복음) 2백년전 서울 서소문밖에서는 그들의 신앙을 증거하며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큰 교회 세울 욕심도, 엄두도 없이 이곳저곳 옮겨다니며 미사를 드리다 역적으로 몰려 처형된 그들의 신앙이 박해 당시 형틀인 칼의 형상으로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았다.

서소문이 천주교 순교자의 피로 물들기 시작한 것은 1801년 신유박해때부터. 정약종.강완숙등 초기 평신도 지도자들이 처형된 이곳은 이후 기해박해 (1839) , 병인박해 (1866) 때까지 수많은 일반 신도들의 신앙이 서학 (西學) 이라는 역적으로 몰려 죽어가 44위의 성인이 된 국내 최대의 천주교 성지가 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서소문공원이 들어선 이 순교터에 1984년 12월 하늘로 솟구치는 삼각추 모양의 순교자 현양탑을 세웠었다. 그러나 서울시가 공원 재공사를 하면서 1996년 8월 철거했었다. 그 때부터 새로운 기념탑을 기획, 제작해 공원 재단장에 즈음 새 기념탑을 15일 완공한 것이다.

조광호 (가톨릭조형예술연구소장) 신부가 설계를 맡은 이 기념탑은 높이 15m의 주탑을 중심으로 그보다 약간 낮은 13m의 좌우 대칭 탑등 3개 칼모양 화강암 탑으로 구성돼 있다.

탑 기단 위는 유리로 막아 물이 흐르도록 해 박해와 죽음의 상징인 칼과 생명의 상징인 물을 대비시켰다.

주탑 전면에는 그날의 참상을 형상화한 청동조각을 붙였고 세 탑 모두 윗부분 구멍에서 가운데까지 흘러내리는 7개의 금빛 선으로 죽음을 통한 하느님의 승리와 천주교 7대 성사 (聖事) 를 나타나게 했다.

또 좌우탑 앞에는 순교자들의 명단을 적어놓고 뒷면에는 예수가 죽은 라자로를 일으켜세우는 성경대목을 인용, 예수와 라자로의 모양을 새겨 부활의 이미지를 나타냈다.

조광호신부는 "현 서소문공원은 자발적으로 신앙을 실천했던 평신도들의 성지" 라며 "서소문공원을 찾는 신자들은 물론 비신자들도 이 탑을 보고 순교의 의미와 함께 친근감을 가질수 있도록 반추상적인 환경조각으로 꾸몄다" 고 밝혔다. 서울대교구는 이 탑 완공과 함께 곧 제막 축성식도 올릴 계획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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