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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샘] 고전영화관의 텅빈 객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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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누구에게나 '고전영화' 에 얽힌 추억 하나쯤은 있다. 30.40년전 퀴퀴한 냄새나는 극장에서 연인과 함께 본 영화일 수도 있고, 어릴 적 형제들과 TV에서 본 흑백영화일 수도 있다. 소중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힘. 고전영화의 큰 매력이다. 추억이 없어도 좋다.

고전영화는 현대영화를 새롭게 통찰할 수 있는 안목을 준다. 어쩌면 고전영화가 가진 최고의 미덕은 바로 이점일 것이다. 그러나 얼마전까지만 해도 국내에는 고전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하나 없었다.

지난달 3일 국내 처음으로 고전전용관 오즈가 문을 열었을 때 박수를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카사블랑카' 와 '이지라이더' 가 상영된 지난 한 달 동안 오즈를 찾은 관객은 1만3천명.

오즈 관계자는 "그래도 1만3천명이 어딥니까" 라며 애써 웃지만 사실 이는 여느 영화 한 편의 주말 흥행성적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카사블랑카' 를 스크린으로 보고 싶어 극장을 찾았던 한 관객은 "객석이 많이 비어있어 안타까웠다" 고 말했다.

고전영화관은 어렵게 우리를 찾아왔다. 이황림 감독은 "고전을 모르고 새 것을 창조할 수 없다" 며 오즈를 개관했다. 그러나 우리 곁의 고전영화관은 아직 쓸쓸하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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