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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레이더] 동반상승 '잔치는 끝났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지수가 8백을 넘어서며 살만한 주식이 점점 귀해졌다. 펀드매니저들은 주식을 살 때 이 주식이 얼마까지 오를 수 있다는 목표가격 (타깃 프라이스) 을 정한다.

그동안 산 주식 가운데 상당수가 이 목표가격에 근접했다. 앞으로 더 오를 여지가 별로 없다는 얘기다. 연초와 아주 다른 양상이다. 그때는 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대형주를 누가 먼저 사느냐는 게 관건이었다.

뮤추얼펀드 (증권투자회사).주식형 수익증권에 자금이 몰리면서 기관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기관화 장세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기관들은 유통물량이 풍부한 대형주를 선호하는 속성이 있어 이들 종목이 가장 먼저 혜택받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전반적으론 상승 추세가 이어지겠지만 종목별로는 극심한 차별화가 예상된다. 앞으론 모든 주식이 일제히 오르기는 힘들 것이다. 오르는 종목은 크게 오르지만, 그렇지않은 종목은 계속 지지부진할 것이다.

이같은 전망을 기초로 다음과 같은 투자원칙을 세웠다. 우선 구매물량의 절반 정도는 여전히 대형주를 중심으로 사는 것이다. 그 이유는 투자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대형주는 언제든지 사고 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펀드매니저는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것도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이때 대형주를 많이 사뒀다면 비교적 문제없이 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 중소형주를 많이 갖고 있다면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나머지 절반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올랐으면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우량주를 살 생각이다. 개별종목 장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개별종목 장세는 일종의 틈새시장이다.

기관.외국인들이 대형주에 몰리는 사이 개인들이 개별 우량종목을 집중 공략해서 수익을 내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종목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개별 종목을 잘 골라 투자하지 않으면 높은 수익률을 내기가 어려워졌다. 이런 주식을 고르는 기준은 대체로 세가지다.

첫째는 구조조정에 성공한 기업이다. 일부 종목의 경우 구조조정의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상반기 실적이 크게 좋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말로만 구조조정을 외치면서 실제로 한 것이 별로 없는 기업들도 있다.

둘째는 주주의 가치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기업이다. 투자자들은 배당이 높고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기업을 더욱 선호할 것이다. 반면 대주주가 주주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주가를 조작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외면할 것이다.

셋째는 경기회복 추세가 업종별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면 화학 업종은 전체 경기의 회복속도에 비해 다소 느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주식의 보유비중은 점차 줄이고 있다.

대세 상승세는 계속 되겠지만 단기적으론 조정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최근 열흘 정도의 장세는 과열이란 느낌이다. 약간의 조정이 시장의 분위기를 가다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장동헌 <한국투자신탁 펀드매니저>

◇ 필자약력

87년 동국대학교 무역학과 졸.

88년 한국투자신탁 입사.

94년 미국 아이오와 주립 대학 경영학석사 (MBA).

현 한국투자신탁 주식운용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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