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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일왕 방한은 한·일 과거사 완전 종지부 찍는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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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늦은 여름 휴가 중인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14일 일본 도쿄(東京) 인근 가나가와(神奈川)현의 한 리조트에서 왕비(왼쪽 둘째)와 둘째 며느리, 손자를 나룻배에 태우고 노를 젓고 있다. 이 배는 선대인 히로히토(裕仁) 일왕이 해양 동물을 수집하기 위해 사용하던 배다. [가나가와 AP=연합뉴스]


“일본 천황(일왕)의 방한은 양국 관계의 거리를 완전히 없애는, 종지부를 찍는다는 의미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연합뉴스·일 교도(共同)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키히토(明仁) 일왕 방한의 의미를 이같이 부여했다. 일왕에 대해 외교적으로, 일본에서의 호칭대로 ‘천황’이라고 불렀다. 이 대통령이 일왕을 ‘초청’한 것은 지난해 2월 취임 전, 지난해 4월 방일했을 때에 이어 세 번째다.

그는 “한국 입장에서 보면 한일합병이라기보다 강제 병합이다. 전후 가해자인 독일과 피해자인 유럽 국가들의 관계가 오늘날 EU(유럽연합)로 이어진 과정을 보면 일본과 아시아, 특히 한·일 관계에도 정말 새로운 차원의 협력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일왕의 방한 문제는 종종 거론돼왔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김 대통령이 일본을 국빈 방문했을 때 일왕의 2002년 한·일 공동 월드컵 개막식 참석을 공식 요청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일본의 역사 왜곡 교과서 문제 등으로 양국 관계가 냉각되면서 실현되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초기에도 간헐적으로 논의되긴 했지만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좋아졌다. 보수 입김이 강한 자민당 정권이 붕괴되고 아시아 중시 외교를 천명한 민주당의 하토야마(鳩山) 정권이 16일 출범한다. 민주당은 일제 침략을 미화하는 대표적인 종교시설인 야스쿠니(靖國)신사를 대신할 국립 추도시설 건립과 재일 외국인의 지방참정권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표명한 바 있다. 아키히토 일왕도 한국에 우호적이다. 이 대통령 취임식 때 이례적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지난해 이 대통령의 방한 요청에 “정부가 결정할 일이지만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답했다.

내년이 한·일 수교 45주년, 일본의 한국 강제 병합 10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92년 중·일 수교 20주년을 맞아 방중해 사죄했다. 그러나 아직 걸림돌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사 문제에 관해 아직도 응어리가 많이 남아 있는 한국 내 정서, 그리고 이를 풀어줄 일본 정치권의 성의 있는 과거사 반성과 실천 등이 선결과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일본 천황이 세계를 다 방문했는데 한국은 방문을 못했다. 나는 한·일 관계가 과거에만 얽매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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