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문규 이중간첩사건 국가가 조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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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1961년 5월 26일, 대구교도소에서 심문규(당시 45세)씨가 사형을 당했다. 남파된 북한 간첩이면서 위장 자수를 했다는 게 죄목이었다. 그러나 48년 만에 그가 억울하게 숨졌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15일 “심문규 이중간첩사건을 조사한 결과 국가가 사건을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55년 9월 북파됐던 남한의 공작원 심씨는 북한에서 활동하던 중 체포됐다. 이후 1년7개월가량 대남간첩교육을 받고 이번에는 북한의 간첩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는 57년 10월 육군첩보부대 에 자수했다. 육군첩보부대는 심씨를 500일 넘게 조사한 뒤 사건을 군 검찰에 넘겼다. 심씨는 군사재판에서 위장자수 혐의로 사형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재판 과정에서 군검찰이 사형 판결을 끌어내기 위해 조작된 문서를 증거로 제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민간인인 심씨를 군사 재판에 회부할 수 없자 육군첩보부대를 통해 다시 관련 자료를 작성케 하고 위장 자수를 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진실화해위는 유족에 대한 사과와 명예회복을 위한 재심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국가에 권고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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