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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칼럼] 정치발전 이끄는 보도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정당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기 위해선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정치개혁안을 제시해야 하며, 언론도 정당의 개혁안이 이에 부응하는지를 엄밀하게 추적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개혁에 대한 공동여당의 입장이 국민의 기대와 동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언론의 추적이 없어 아쉬웠다.

공동여당의 정치개혁 단일안 합의 보도 (7일자 1, 3면) 는 전국민의 관심사항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정당법이나 정치자금법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없이 의원정수와 선거제도 개정문제만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민들은 특정 정당의 의석확대나 의원수 증감보다는 정당의 민주화와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 이것이 이뤄질 때 정치의 선진화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일방적으로 발표된 정치개혁안에 대한 내용분석만 할 게 아니라 국민의 여망인 정치발전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보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역할을 하지 않을 경우 언론은 본의아니게 권력에 이용당하며, 최종적으로는 민의를 왜곡하는 방향으로 나아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4일자 1면은 '내달초 전면 개각' 기사를 톱기사로 하다 보니 공동여당의 날치기 통과가 상대적으로 축소된 느낌을 주었다.

양쪽 기사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더 바람직했다.

입으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변칙처리를 일삼는 모습과, 독재정권이라고 비판해 마지않던 시대의 여당 행태를 답습한 데 대해 공동여당이 아무리 변명한다고 해도 국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비록 변칙적이긴 하지만 정부조직법이 통과된 이상 개각 (改閣) 은 필연적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독자들은 어느 면에선 개각이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기사는 기사로서의 비중이 낮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사정위 정상화될까' (4일자 4면) 는 민주노총의 복귀여부뿐 아니라 정책의 주요 영역에서 탈정치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도 비중있게 다뤄야 했었다.

산업정책이나 노동정책과 같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정책 결정이 입법부의 영역 밖인 노사정간의 협의로 이뤄지는 것이 제도화돼 입법부는 단지 3자의 합의를 기정사실화하는 의례적인 장치로 전락할 위험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3자가 기술.경영적 측면에서 합의에 도달하면 입법부로서는 아무리 민의를 대변한다 하더라도 개입할 여지가 없어지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국회의 권위가 실추된 마당에 노사정위의 법제화로 입법행위가 정치의 주변부로 밀려나는 탈정치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언론으로서 알릴 의무가 있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에 대한 3당의 손익계산서 분석 (5일자 4면) 은 흥미를 끌긴 하지만 여야 모두가 공무원을 선거와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주는 부정적 효과는 적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선거의 승리는 일반 유권자의 의사와 관계가 있는 것이지 공무원의 정서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특히 여당의 경우 공무원을 선거에 개입시키려는 유혹을 떨쳐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야당도 여당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보다 대안 제시와 위기극복을 위한 정책개발에 힘써 유권자의 지지를 획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무원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 한다는 것을 지적했어야 했다.

8일자 1, 3면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를 놓고 검찰과 경찰 사이에 전개되고 있는 논쟁을 비교적 상세히 보도했다.

특히 각국의 사례와 함께 정부수립 이래 검경 갈등의 역사까지 소개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더 욕심을 부린다면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우리 사회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시민생활엔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시민의 입장에서 별도로 취재하는 노력이 있었더라면 좋았겠다.

심지연 경남대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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