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쁨] 창원아카데미학원 서경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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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H재활원의 우리반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남녀 8명이다.

모두 말을 제대로 할 수 없거나 손발이 부자유스러운 어린이들이다.

내가 근무하는 학원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의 하나로 1년전 이 어린이들 앞

에 처음 섰을 때는 당혹스러웠다.

내 영어발음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데다 입안에서 우물거리는 아이들의 발음을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에게 친근감이 갔다.

손을 드는 아이의 입 가까이에 내 귀를 갖다대 발음을 들려주고 글씨를 못쓰는 아이들의 글씨를 대신 써주기도 했다.

손을 자주 잡아주고 잘한 어린이들은 가슴에 품고 칭찬해주니까 아이들도 경계심을 풀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에서 한 사건이 일어났다.

버스만 타고 다니다가 경승용차를 한대 구입한 직후였다.

직접 차를 몰고 재활원을 찾아가다가 그만 길을 잘못 들어 40분쯤 늦게 교실에 들어섰다.

다급한 나머지 땀을 뻘뻘 흘리며 찾아간 교실에는 8명 전원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명도 자리를 비우지 않은 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있다가 "와, 선생님 오셨다" "선생님 얼마나 걱정했다구요" 라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참 보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창원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 보조교사로 일하는 나는 5분만 늦어도 "선생님, 왜 늦었어요" 라며 짜증내거나 달아나버리는 경우를 경험하곤 한다.

대부분 남의 탓으로 돌리는데 익숙한 정상 어린이들과 이웃의 어려움을 함께 하는 지체부자유 어린이들의 마음이 교차해 들어왔다.

몸은 부자연스러워도 마음만은 천사같은 우리반 어린이들은 나의 훌륭한 스승이다.

창원아카데미학원 서경란씨

◇ 협찬 = ㈜한국문화진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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