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계해야할 '거품' 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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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제의 회복속도가 예상외로 빨라지면서 '거품' 경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마이너스 5.8%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은 지난 1분기중 4%대로 추정되고, 이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올 성장률은 6%선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V' 자 모양의 급속한 상승국면이다.

이에 따른 기대감으로 주식시장이 달아오르고, 직장인들은 물론 대학생들까지 계좌를 트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한건'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경기의 이같은 회복상황과 증시활황을 아직은 과열로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경제의 구조개혁이 크게 미흡한 상태에서 경기회복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현상에 대해서는 불안을 감출 수 없다.

위기를 불러온 경제시스템은 많이 개선됐다지만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단계까지는 못미치고 있다.

과잉설비는 해소되지 않고 있고, 수출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그럼에도 예상밖의 빠른 회복세는 넘쳐나는 돈 때문이다.

막대한 재정적자와 저금리 속에 은행을 빠져나온 돈들이 증시에 몰리면서 주가상승을 부추기고 이에 따른 자산소득 증가로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면서 내수회복 - 재고감소 - 생산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 상황은 우리 경제의 경쟁력회복의 결과로 보기는 어려우며 수출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상승국면이 지속되기는 힘들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엊그제 한국은행이 경기회복의 '거품' 을 경고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증시활황으로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투자재원을 마련해 생산증가와 고용증대의 선 (善) 순환으로 이어간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문제는 금융거품장세에 얹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미적거리고 있는 데 있다.

금리가 싸고 자금이 풍부하니까 팔려던 기업도 거둬들이고 웬만한 것은 이자를 물며 버티려 드는 경향이다.

부채축소와 자산매각으로 기업의 재무구조와 자산가치는 향상되고 있지만 실물생산과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같은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구조개혁 없는 거품경제는 소비과열 - 수입증가 -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지며 결국 경기침체 속에 원화의 평가절하나 금리인상으로 귀결되는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 없이 거품장세에 의한 경기회복 시도가 장기침체를 결과한다는 것은 오늘의 일본경제가 그 산 교훈이다.

따라서 정부는 과열증시에 대한 개입의 숨바꼭질보다는 시중유동성을 구조조정과 실물투자로 유도하는 환경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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