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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파룬궁 쳐라'…1억 정치세력화 우려 시위엄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중국에 파룬궁 (法輪功) 시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장쩌민 (江澤民) 국가주석은 시위에 대해 '잘못된 것' 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공안 (경찰) 의 미흡한 대처에 대해서도 질책했다.

중국 당국은 기관마다 비상회의를 열고 대책마련에 부산한 모습이다.급기야 중국은 군간부들에 대한 파룬궁 수련 금지를 명했다.

시위발생 4일 후인 지난달 29일 중국당국은 시위관련자를 의법처리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중국당국의 이같은 태도는 그동안의 유화제스처로 볼 때 의외다.

서방언론들은 25일의 시위때만 해도 당국과 파룬궁의 관계를 우호적인 것으로 판단했다.

주룽지 (朱鎔基) 총리가 시위대 대표를 면담하고 공안들도 전혀 긴장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시위는 질서있게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던 당국의 표정이 싸늘해진 것은 지도부의 몇가지 상황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시위장소가 문제였다.

당일 새벽부터 몰려든 시위대는 중국 지도부 집단거주지역인 중난하이 (中南海) 를 포위했다.

파룬궁의 힘 과시도 역효과를 불렀다.

당국은 시위대가 1만5천명이라고 발표했으나 실제는 1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수련자는 7천만명에서 많게는 1억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공산당원 (5천8백만명) 보다 많다.

정치세력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다.

여기에 만만치 않은 조직력도 입증했다.

중국 국가안전부와 공안부를 비웃듯 수만명이 아무도 모르게 중난하이를 포위했다.

더구나 이들은 인터넷과 핸드폰 등의 첨단장비로 연락망을 구축, 당국의 허를 찔렀다.

그밖에도 시위대 대표가 현직 감찰부 소속의 관리였다는 점. 이번 시위를 CNN이 가장 먼저 보도하는 등 외국과의 연계의혹이 있다는 점 등이 지도부를 자극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시위대가 총리를 나오라고 한 다음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제시했다는 점이 선례가 되면 곤란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중국당국의 이번 조치로 파룬궁의 반발은 불가피해졌다.

천안문사태 10주년을 맞은 중국의 제1순위 정책인 '안정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 (穩定壓倒一切)' 는 방침이 크게 흔들리게 됐다.

◇파룬궁은…

파룬궁은 중국 기공 (氣功) 의 일파다.

25일 새벽 중난하이에 집결하면서도 "영도인들이 사는 곳이니 기공수련에 좋을 것" 이란 이유를 둘러댔다.

수련자는 중국의 군은 물론 정.관.학계에 폭넓게 퍼져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창시자는 리훙즈 (李洪志.48) .지린 (吉林) 성 창춘 (長春) 출신이다.

4세때부터 불가.도가 고승들로부터 법력을 이어받아 백두산 (중국 長白山)에서의 수련 등을 거쳐 92년부터 대중전파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미국에 체류 중이다.

일반 기공과 다른 점은 종교적 색채를 띤다는 점. 가장 큰 특징으로 경전이 있다.

불교와 도교, 일반 과학기술까지 혼합해 담고 있는 경전은 '진 (眞).선 (善).인 (忍)' 의 3덕목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 부분이 중국의 현실과 맞아떨어지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가짜가 횡행하는 현실의 반대개념이 진이며 개혁.개방 후 한탕에 눈이 어두워 일어나는 범죄인 악 (惡)에 대한 반대가 선, 부패와 빈부현상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선 참을 인이 필요하다는 것. 중국당국은 이같은 파룬궁을 96년부터 내부적으로 일반 기공이 아닌 사교 (邪敎) 로 규정, 규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를 보고 우주와 동화된다는 등의 교리는 불교를 가장한 사교라는 이유를 내걸고 있다.

리훙즈가 갑자기 중국을 떠나 미국에 자리잡은 것도 이같은 당국의 탄압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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