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국 왜 '융단폭격' 하려나] 유고군 무력화 '조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의 유고 공습이 결국 레이더로 유도되는 미사일 공격에서 이른바 '벙어리 폭탄' 에 의한 융단폭격으로 전환됐다.

이는 한달이 넘는 공습에도 불구하고 유고군 전력에 치명타를 입히지 못하고 있는데다 미사일 재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토는 지금까지의 유고 공습에서 컴퓨터에 미리 입력된 목표물을 정확하게 가격하는 크루즈 미사일 공격에 의지해 왔다.

이는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 발생으로 자칫 유고 공습의 명분이 훼손되는 것을 우려해서다.

미사일 공격만으로는 깊숙한 삼림지대내 견고한 참호를 만들어 은신해 있는 유고군 주력부대와 지하 미사일기지를 파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미 공군의 크루즈 미사일 (CALCM) 재고도 현재 수십발에 불과하지만 9월이나 돼야 추가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융단폭격의 주력은 B - 52 폭격기다.

B - 52는 50발 이상의 5백파운드 폭탄을 반경 수㎞ 지역에 동시 투하, 일대를 초토화시키는 가공할 위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미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B - 52 폭격기는 모두 85대. 이 가운데 20여대가 유고 공습을 위해 이미 유럽지역에 배치됐으며 그 수는 필요에 따라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나토의 전략수정에 따라 민간인 희생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2차 세계대전과 월남전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많았던 것도 융단폭격으로 인한 것이었다.

나토측은 민간인 희생을 줄이기 위해 융단폭격의 범위를 마케도니아와 알바니아 국경지역의 유고 군사시설에 한정하고 베오그라드 주변지역 등에는 미사일 공격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엄청난 양의 폭격이 자행될 경우 그에 따른 민간인 희생자 증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케네스 베이컨 미 국방부 대변인은 "융단폭격이 단행될 경우 상당수의 민간인 피해가 불가피하나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 이라고 말했다.

융단폭격이 지상군 투입을 위한 전단계라는 분석도 있다.

전쟁의 조기 종결을 위해서는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하고 지상군을 파병할 수 있는 허용적 환경 (Permissive Environment) 을 조성하기 위해 유고군 주력부대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헨리 셀튼 미 합참의장도 "나토가 현재 고려하고 있는 지상군 투입 계획에 대한 모든 전제조건이 검토되고 있다" 고 말했다.

이훈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