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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최명길 '선양 옥중의 김청음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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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용히 여러 움직임 관하나니

참 도리 난만함일세

끓는 물 얼음장 모두 물이요

갖옷 베옷 또한 다 옷 아니런가

일이야 그 때 그 때 다르건만

도를 떠난 마음이 있으랴

그래도 이 이치 깨달을지니

묵묵히 하늘의 기를 잘 받들게나

- 최명길 (崔鳴吉.1586~1647) '선양 옥중의 김청음에 답하며' 전문

만주의 청나라가 일어나니 조선에서는 기왕 한족 명나라파와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는 청과의 평화론이 맞섰다.

김상헌은 만주 '되놈' 을 반대해 그 '되놈' 에게 고난을 당한다.

그런 김상헌의 감옥에서 온 편지시에 답하는 편지시를 보낸다.

얼마나 시심 (詩心) 이 있는 정치의 수작인가.

얼음도 끓는 물도 그 극렬한 반대가 다 물이라는 하나! 갖옷이나 베옷의 차별은 끝내 옷이라는 하나!

이 이치 위에서 그들은 서로 나라 위해 이것이다 저것이다 했음이 아닌가.

잘들 놀았다.

그런데 최명길은 성리학의 비단인 양명학을 세웠으니 만만치 않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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