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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임진강’ 기강해이 논란 속 조기 인사로 지휘권 확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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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의장·육군참모총장 등 14일 전격 발표된 육군 대장(6명) 인사는 군의 안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예산과 관련된 서한파동을 일으킨 이상희 국방부 장관을 교체하면서도 그와 가까운 김태영 합참의장을 국방장관에 지명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장관의 행동은 문제 삼았지만 그와 군의 체면은 살려준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남한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마당에 군이 흔들리면 다른 분야에까지 파장이 일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당초 대장 인사는 국방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김태영 합참의장의 국회 청문회(18일) 이후인 10월 초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보름 이상 앞당겨 전격적으로 인사를 한 것은 군 내부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평이다. 후속인사가 늦어지면 인사 대상자에 대한 유언비어가 확산되고 내부 기강이 해이해지는 등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군 수뇌부 교체시기에 국방예산 삭감에 대한 이상희 국방장관의 항의서한 파문이 터지며 ‘하극상’ 논란이 이어졌다. 북한의 황강댐 물 방류(6일) 사태 과정에선 기강해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군사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합참의장의 공석 기간을 최소화하려는 뜻도 있다. 김태영 후보자가 장관에 취임한 뒤 대장 인사를 단행할 경우 최대 4주가량 합참의장 자리가 빈다. 또 이미 교체 대상이 된 대장급 인사들이 송별회를 시작하는 등 이미 군 내부가 어수선해지고 있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인력순환을 통한 군심(軍心) 결집과 흔들림 없는 군 본연의 임무수행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 육사 30기에선 이상의(현 3군사령관) 합참의장 후보자만 남기고 육사 31기와 32기를 2명씩 동시에 대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온 인력적체를 해소한 것이다. 해군·공군 참모총장과의 기수를 고려해 이들과 동기뻘인 육사 31기 출신을 발탁했다. 지역도 경남·충북·강원·전북·경기·경북 출신을 고르게 안배해 전반적으론 ‘무난한 인사’라는 평가다.

합참의장 후보자에 발탁된 이상의 3군사령관은 성품이 온화하고 부하들을 잘 챙겨 덕장(德將)으로 꼽힌다. 국방부와 합참 근무 경력이 적지만 3군사령관을 지내 합참의 작전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충북 청원 출신으로 독립운동가(한봉수 의병장)의 손자인 한민구 육군총장 내정자(육사 31기, 육군참모차장)는 기획·정책 분야에 밝아 국방부 정책부서를 두루 경험했다. 야전군 사령관을 거치지 않았지만 역대 육군총장 중에서도 같은 사례가 있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정옥근(경남 마산) 해군 참모총장과 이계훈(전남 나주) 공군 참모총장이 유임됨으로써 3군 참모총장이 지역 균형을 맞춘 점도 눈길을 끈다.

황의돈(육사 31기, 국방정보본부장) 연합사 부사령관 내정자는 강원 원주 출신으로 정보 분야에선 처음으로 별 넷을 달았다. 국방부 대변인 출신이기도 한 그는 한·미 군사정보 교류에서 업적을 남겨 적임자로 발탁됐다. 정승조 1군사령관은 정읍 출신이며, 이철휘 2작전사령관은 비육사인 학군 13기, 그리고 김상기 3군 사령관은 포항 동지상고 출신이다. 지역과 출신도 적절히 배려했단 평가다. 특히 이라크 자이툰 부대의 1·2대 사단장을 지낸 황의돈·정승조 내정자가 동시에 대장으로 진급해 해외파병 경험 있는 인사의 비중이 커졌다. 대장 승진이 예상됐던 김종태 기무사령관은 고배를 마셨다.

이번 인사로 김태영 국방장관 후보자와 임충빈 육군총장, 이성출 연합사부사령관, 김근태 1군사령관, 조재토 2군사령관 등 대장 5명이 군복을 벗게 됐다.

김민석·정용수 기자

★★★★ 대장이 되면

‘별 중의 별’인 대장이 되면 차관에서 장관급 예우로 바뀐다. 당장 차량이 체어맨에서 에쿠스로 교체된다. 비서실장은 소령에서 대령급으로, 수행부관은 대위에서 소령으로 격이 높아지는 등 보좌진도 한층 강화된다. 비서실 내에는 연설 원고 작성을 전담하는 비서가 상주하게 된다. 대장의 말 한마디는 군의 전략과 정책적 판단을 담은 무게 있는 언급이기 때문이다. 중장이 맡는 군단급이 작전부대의 최고 상위였다면 대장이 맡는 군 사령부는 전략부대로 평가된다. 현재 우리 군의 대장은 육군 6명과 해군·공군 각각 1명 등 모두 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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