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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열연 김혜자, '우리 어머니 아닐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최근 PC통신의 화두가 되고 있는 '아줌마론' .아줌마는 가족이기주의에 빠진 제2의 '천민' 계급으로 사회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주장에서부터 특유의 돌파력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사회를 구원할 마지막 존재라는 얘기까지 다양하다.

MBC 주말드라마 '장미와 콩나물' 에서 이런 다양한 아줌마의 모습을 두루 그려내고 있는 김혜자 (필녀)가 요즘 장안의 화제다.

"필녀는 원색적인 엄마에요. 배운 것도 없고 그래서 할 말은 다 해요. 하지만 필녀는 대놓고 욕을 하는게 아니라 빙빙 돌려서 아프게 꼬집는 말의 명수죠. " 김혜자는 요즘 필녀에 빠져 산다. 극 중의 아들 대하기를 실제 자신의 아이처럼 사랑스럽게 대한다. 스쿼시를 하다 진짜로 다리를 다친 손창민이 나타나자 "아파서 어떡하니" 를 연발하며 혀를 끌끌 찬다.

김혜자는 어머니 연기 전문이다. 대표적인게 '전원일기' 의 김회장 부인역. 김혜자를 최불암의 실제 부인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엄마의 바다' '겨울안개' 등에서 보여준 김혜자의 모습은 모든 것을 인내하는 전통적인 어머니상이다.

"저하고 제일 거리가 먼 게 김회장 부인 이미지에요. 가정에 그렇게 충실한 편도 아니고 내성적이라 남에게 참견하는 것도 싫어하죠. " 필녀가 툭툭 뱉어내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통해 '원색적 어머니' 는 생명력을 얻는다.

물론 김혜자의 엇박자식 호흡과 말투가 그 효과를 배가한다. 이번 일요일 방송될 장면중 차승원이 발을 씻는 대목. 옆에는 필녀가 서 있다. 착하디 착한 규대 (차승원)가 "엄마, 은수 (김규리) 엄마와 싸우지 말아요" 라고 부탁하자 "그래. 내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의 엄만데…. " 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한다.

하지만 정작 빛나는 대사는 그 다음이다. "내가 참아는 보겄다만 (목소리가 점점 커지며) 될지 모르겄다. 그 여자가 사람 속 뒤집는데 선수여서. " '아줌마' 김혜자가 보여주는 진실은 곰삭고 모순투성이인 우리네 삶의 원초적 모습 그대로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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