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덕씨 사퇴배경 '외압', '가족설득' 맞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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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승덕 변호사의 야당 후보 전격사퇴 과정을 놓고 여야가 각기 다른 주장을 펴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나라당측은 여권의 사퇴압력임을 주장하는 반면 여권은 가족들의 설득 결과라며 이를 일축한다.

高씨는 29일 오전 9시30분쯤 마포 자민련 당사로 박태준 총재를 찾아가 고개 숙여 사퇴의사를 밝혔다.

朴총재는 高씨를 옆에 앉힌 채 "이 사람이 평소 정치에 관심을 가진 것을 몰랐다" 며 "입당 과정에서 매터도를 당하다 보니 흥분했던 것 같다" 고 말을 꺼냈다.

朴총재는 "장인이 여당 총재인데 정치하려면 나하고 해야지" 라며 그간의 서운함을 표시. 이어 "그런 생각이 있었으면 도와주려 생각하고 있었는데…" "소중한 사위의 인생문제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며 高씨를 다독거리기도 했다.

高씨는 순간 고개를 푹 떨궜다.

고개를 든 高씨는 "경쟁후보측에서 흑색선전이 계속 나와 화가 많이 났었다" 며 "야당 후보로라도 출마, 근거 없는 얘기들을 해명하고 싶었다" 고 했다.

그는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혈연을 뗄 수는 없는 것 같다" 고 가족 설득에 의한 출마포기임을 내비쳤다.

高씨가 출마를 포기한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지난 27일 밤 朴총재 내외와 高씨 부모 등이 서울북아현동 朴총재 집에서 가졌던 '사돈간 회동' . 高씨 모친은 아들의 '야당 출마' 소식을 듣고 실신해 병원 신세를 진 뒤였다.

朴총재는 이 자리에서 "만일 송파갑에서 사위와 겨루는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올림픽주경기장을 빌려 우리 후보 유세를 하겠다" 고까지 했다.

아들의 정치입문을 극력 반대해 왔던 高씨 부친도 얼굴을 감싸며 괴로워했다는 전언. 이후 高씨 부모와 부인이 강력한 설득에 나서 29일 아침 사퇴 결심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반면 한나라당측은 미행.납치 등 외압 의혹을 거듭 제기. 高씨는 28일 오후 8시쯤까지 황우려 (黃祐呂).맹형규 (孟亨奎) 의원 및 홍준표 (洪準杓) 전 의원 등과 함께 사무실에서 선거대책을 논의하는 등 동요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高씨는 그러나 29일 오전 8시40분 黃의원에게 전화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가족문제까지 흔들린다.

부모님이 대단한 고초를 겪고 있다" 고 토로, 완연히 흔들리는 기색을 보였다는 것. 黃의원이 "신변보호를 해주겠다" 고 하자 高씨는 "누가 계속 미행해 왔던 것 같다" 고도 말했다는 게 黃의원의 전언.

최훈.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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