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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가정의 달'에 띄우는 편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돈벌이에 허덕이는 아빠. 가사와 육아에 정신없는 엄마. 쓸쓸한 할아버지.할머니. 학업에 파김치가 된 아이들. 쫓기는 일상 속에 무심코 지나쳐버린 우리 가족의 자화상이다. 잠시 짬을 내 무심했던 자신을 되돌아보며 모자랐던 사랑을 나누어보자. 5월 '가정의 달' 을 앞두고 서로 못다한 얘기를 특집으로 묶어봤다.

가정의 달 5월이 다가왔다. 모처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 없을까. 이럴 때 사회단체에서 주관하는 여러 행사들을 활용해보자. 무료 또는 저렴한 참가비로 실속있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올해는 소파탄생 1백주년이란 의미가 담겨있어 어린이 관련 행사가 유독 많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본디 어린이 날이었던 5월1일 오후2시30분 인사동에서 종로2가를 거쳐 천도교 교정에 도착하는 길놀이 행사. 소파선생이 어린이 2백50명과 군중을 이끌고 어린이날 선포를 알렸던 길놀이 행진을 고증을 받아 재현한다. 앞으로 매년 열릴 예정.

서울YWCA가 5월5일 벌이는 가족잔치 등 많은 행사들이 가족들 전체가 참여해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같은 날 오전7시30분 열리는 한국 사회체육센터의 일만 가족 건강달리기 대회나 5월30일 한국청소년 연맹의 청소년등반대회처럼 떠들썩한 공간을 벗어나 건강을 도모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있다. 청소년들이 그들만의 또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음악회.가요제.댄스경연대회도 풍부하다.

최지영 기자

[아들에게]

너무나도 조그마해서 안기도 겁내던 것이 바로 어제일 같은데 어느새 우리 꿀꿀이 키가 엄마를 훌쩍 뛰어넘어 버렸어. 세월은 꿀꿀이를 나만의 아기로 꽁꽁 묶어두고픈 나의 의지와는 아랑곳 없이 흘러가고 있구나. 어느새 고등학생이 된 너. 이제는 엄마가 허위허위 쫓아가도 너를 따라가기 힘든다.

엄마는 우리 꿀꿀이가 쑥쑥 크는 키만큼 마음도 넓어졌으면 참 좋겠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들이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잠든 척하는 시쳇말로 '싹수 없는 요새 것' 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친구가 불량배에게 혼나고 있는 것을 보고도 모른 척 지나가는 몰인정한 친구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또 아빠가 너에게 조금 지나친 것을 요구해도 입장을 바꿔 아빠의 생각도 인정할 수 있는 그런 도량을 가졌으면 해.

"아빠와는 세대차이가 나서 말이 안 통해" 라고 단숨에 말하지는 말아줬으면 정말 좋겠어. 엄마는 우리 꿀꿀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신으로 차근차근 만들어가길 바란다.

사랑하는 나의 꿀꿀아. 네가 "엄마는 바라는 것이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겠다" 고 놀려도 어쩔 수 없는 '욕심쟁이' 엄마인가봐.

최승희 <38.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마두동>

[아내에게]

현섭.민섭 엄마 보시오. 결혼 초만 해도 서로 열심히 노력하면 잘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당신에게 기쁨보다는 걱정과 근심만 안긴 것 같소.

직장 선후배와 잦은 회식, 친구들과 만남이 늘 폭음으로 이어져 당신의 가슴을 아프게 한 것 같아 같아 너무도 미안하오. 적당한 핑계나 변명조차 둘러댈지 모르는 무뚝뚝한 나의 성격에 당신이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 잘 알면서도 미안하다는 말, 고맙다는 말조차 쑥스러워 하지 못했소. 당신이 얼마나 내게 그 말을 듣기를 원하는지 알면서도 말이오.

어려운 시절일수록 우리 서로 아끼는 마음을 잃지 맙시다. 당신도 나와 의견충돌이 있을 때 끝까지 제 의견만 고집하지 말고 때론 양보도 해주었으면 하오. 또 내가 잘못했거나 내가 뭔가 해주길 당신이 바랄 때 슬쩍 눈감아주기도 하고 기다려주기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오. 당신과 아이들 위해서 뭔가 하려고 하다가도 당신이 먼저 원망하며 지적해버리면 그만 김이 빠져 하고 싶어지지 않아지기도 한다오.

유난히 병치레가 많았던 큰 애를 씩씩하게 키워낸 당신. 이제 그 아이가 동생까지 보았구려. 우리 그 아이들의 세상을 위해 더욱 열심히 살아갑시다.

소병선 (39.청록개발 주임)

[부모님께]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요. 밖에 나가실 때 모자를 꼭 쓰세요. 왜냐하면 일사병이 걸릴 수도 있으니까요. 지난 토요일 주말 농장에 갔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내가 계곡 물을 떠서 밭에 주니까 아빠가 "재욱아, 힘들지?" 하고 말씀하셨죠? 저는 대답도 안 하고 계속 물을 줬어요. 사실은 힘들었는데 아빠가 칭찬해 주시니까 더 열심히 한 거죠.저는 주말 농장이 좋아요. 아빠랑 얘기를 많이 하니까요. 주말 농장을 영원히 하고 싶어요.

엄마, 아빠. 저는 가끔씩 속 상할 때가 있어요. 엄마랑 아빠는 혜린이가 울면 언제나 나만 야단치시잖아요. 나만 야단치니까 억울해요. 그리고 혜린이가 잘못했을 때는 동생이라고 야단도 안 치고 내가 잘못했을 때는 때리시는데요 그건 정말 불공평해요. 다음부터는 누가 잘못했는지 끝까지 들어보고 잘못한 사람만 야단치세요.

작년에는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라고 제 생일 파티도 안 해주셨잖아요. 만약 9월에 IMF가 끝나면 생일 파티 꼭 해주세요. 그리고 요즘 날씨가 더워서 물총이 인기인데 혜린이랑 저랑 2천8백원짜리 물총 꼭 사 주세요. 부탁드려요. 우리 가족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다정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엄마, 아빠. 사랑 무한대.

정재욱 (9.경기 과천초등학교 3년)

[할아버지.할머니께]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하세요? 오늘 담임 선생님께서 "모든 사람은 늙어 갈수록 주름이 생기지만 날마다 웃으면 예쁜 주름으로 바뀐다" 고 말씀해 주셨어요. 할아버지, 할머니 생각이 났어요.

우리 나라는 예부터 남자 아이 낳기를 더 바란다지만 할아버지께서는 그렇지않아 저희 자매에게 용기를 주셨어요. 부모님도 거절한 요구를 거의 할아버지께서는 '예스' 로 받아주셨을 때 사실 저는 좋으면서도 약간 부담스러웠다는 것 고백할게요.

재작년, 우리 집에 큰 시련이 한번 있었지요. 할아버지께서 보증을 잘못 서 많은 피해를 입고 작은 집으로 이사했을 때 "이제는 큰 집에서 손녀들이 뛰어 놀 수 없게됐다" 던 할아버지의 말씀에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하지만 새로 이사온 할아버지 집도 너무 좋아요. 좁다곤 해도 마당과 옥상도 있잖아요.

그렇지만 할아버지 요즘 많이 마르고 편찮으신데 이제는 살이 좀 찌셨으면 해요. 그리고 할머니. 저희가 '사랑해요' 하며 뽀뽀를 해도 살짝 웃고 마시는데 활짝 웃으시면 정말 좋겠어요.할아버지, 할머니. 자주 찾아 뵙지 못하지만 할아버지.할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하다는 것, 알고 계시죠? 오래오래 사셔서 저희 시집가는 것 보셔야해요.

이현주 <12.중산 초등학교 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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