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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헐값에는 못팔아' 국민은행 5억불유치 제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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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국민은행이 최근 미국 투자은행 골드먼삭스로부터 5억달러의 외자 (外資) 를 유치키로 한 양해각서 (MOU) 의 계약조건을 재협상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외국인도 포함된 국민은행의 비상임 이사들이 "지분을 너무 불리한 조건에 팔았다" 며 집행부에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주 열린 이사회에서 비상임 이사들은 ^주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조급하게 협상을 벌여 결과적으로 골드먼삭스에 막대한 시세차익을 안겨줬고 ^전환사채 (CB) 의 금리 및 전환시기 등 매각조건이 턱없이 나쁘며 ^경영권 보장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다는 등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비상임 이사 K씨는 25일 "MOU 내용 보고차 열린 이사회에서 나온 비상임 이사들의 비판적인 의견을 골드먼삭스에 전달하도록 집행부에 건의했다" 면서 "이사회측 의견이 전달될 경우 집행부가 재협상을 벌여 최종 계약을 유리하게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민은행의 제1대주주인 재정경제부도 계약조건에 대해 '국부 (國富) 유출' 이라며 "앞으로 다른 은행의 지분매각 협상 등에서 '나쁜 선례' 가 될 것" 이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2일 보통주 신주를 주당 1만2천원에 3억달러어치, CB는 주당전환가격 1만4천2백원에 2억달러어치를 골드먼삭스에 팔기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은행 주가가 최근 1만7천원대로 뛰어오르다 보니 골드먼삭스가 앉은 자리에서 보통주 신주분에서만 1억달러 (약1천2백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두게 됐다.

CB의 경우도 ▶발행일이 아닌 협상체결일 주가를 기준으로 값을 정해 전환가격이 지나치게 낮으며 ^표면금리 6%도 일반적인 수준 (1~2%) 보다 너무 높고 ▶전환시점도 6년 안에 아무 때나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국제적인 관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자문역을 맡았던 투자은행 메릴린치도 조건이 너무 불리하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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