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1이닝 만루홈런 두개 '치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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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내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 박찬호 (26.LA 다저스) 는 그렇게 말했다. 박은 지난 24일 (이하 한국시간)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3회초 만루홈런 2개를 포함한 3개의 홈런을 맞으며 11실점했다.

'영웅' 이 된 페르난도 태티스가 이날 작성한 기록은 메이저리그 최초의 1이닝 만루홈런 2개에 1이닝 최다타점 (8타점) 신기록이다.

이에 비해 박은 ▶메이저리그 최초로 한 이닝 한 타자에게 2개의 만루홈런을 허용한 투수 ▶1백9년 만에 1이닝에 2개의 만루홈런을 내준 투수 ▶한달 동안 3개의 만루홈런을 허용한 투수 (타이기록)가 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박찬호는 1승2패에 방어율이 무려 7.32로 나빠졌다. 박찬호의 부진 이유는 뭘까. 스프링캠프도 훌륭히 소화했고 아픈 곳도 없다. 주위에서 흘러나온 원인은 주로 다음과 같다.

◇ 구위 자체가 떨어졌다 = 박의 올시즌 평균 직구빠르기는 지난해에 비해 떨어진 시속 92~93마일 정도. 커브는 예리한 맛을 잃어 슬라이더와 구분이 되질 않을 정도다.

◇ 소극적인 피칭 = 데이브 존슨 감독의 분석이다. 공격적인 피칭을 하지 못하고 변화구에 의존하며 도망다니다 화를 자초한다는 것이다.

◇ 불안한 포수 = 주전포수 토드 헌들리는 원래 어깨가 약한데다 팔꿈치 수술의 후유증으로 주자견제에 허점을 드러낸다. 주자의 도루를 막기 위해서 투구동작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허겁지겁 던지다 보니 무너졌다는 것이다.

◇ 투구폼 교정 = 박은 최근 투구시 내딛는 왼발이 정확히 포수를 향하지 않고 비스듬히 3루쪽으로 틀어지는 점을 지적받았다. 박은 오는 29일 오전 8시5분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원정경기에 다시 선발 등판한다.

이태일 기자, LA지사 =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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