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화의 건설사 정부 발주공사 '독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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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법정관리.화의 중인 건설업체와 일부 중견 건설사들이 조달청 발주공사를 휩쓸고 있다.

물론 시공경험.설계능력이 크게 요구되는 턴키베이스 공사는 현대.대우 등이 주도하고 있지만 조달청 발주의 대부분 (약 90%) 을 차지하는 일반공사에서는 대형 업체가 맥을 못추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이는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재무구조가 우수한 곳' 이 유리하도록 조건을 바꾼 때문.

이에 대해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법정관리나 화의로 부채비율이 낮아진 곳까지 경영상태가 우수한 것으로 치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 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수주 실적 = 올들어 지난 20일까지의 수주액 중 시공능력 순위 1위인 현대건설과 2위 (주) 대우를 포함한 상위 10개사가 딴 조달청 일반공사는 전체 발주량의 4.7% 수준인 6백62억원이다.

반면 도급순위 89위인 S개발의 수주액이 1천억원이 넘는 것을 비롯, D건설.K기업.S건설 등 몇몇 중견업체는 각각 7백억원 이상을 기록해 상위 10개를 합친 것보다 많은 실적을 보였다.

특히 법정관리중인 유원건설이 7백60억원을 기록한 것을 비롯,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조달청이 발주한 1백억원 이상 일반공사 34건 중 절반 가까이 (16건)가 법정관리.워크아웃.화의 업체가 참여한 컨소시엄에 돌아갔다.

◇ 왜 이런 현상이 생기나 = 정부가 건설업계 구조조정을 위해 입찰 적격심사 기준을 변경, '부채 비율' 이 낮은 등 재무구조가 우수한 곳을 유리하게 했기 때문.

그 결과 빚을 탕감받았거나 은행이 대출을 출자전환한 법정관리.화의중인 기업이나 빚이 적은 중견사가 유리해진 것. 설사 시공능력이 취약하더라도 다른 업체와 공동으로 참여하면 보완이 된다.

반면 빚으로 잡히는 해외공사나 주택공사 선급금 비중이 큰 대형사는 상대적으로 불리해진 것.

◇ 문제는 없나 = 제도변경 후 평균 낙찰률 (72.5%) 이 예전 (80%선) 보다 낮은 점을 들어 저가입찰에 의한 부실공사 우려가 건설업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 "시공능력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각종 선수금이 부채로 잡히는 건설업계의 특성 등이 평가에 반영돼야 한다" 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조달청측은 "일부 개선을 검토 중" 이라면서도 "수주액이 낮아졌다고 모두 부실 소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고 설명했다.

최영진.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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