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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키 “평양에 북한사무소 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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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전 일본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65·사진)가 운영하는 프로레슬링단체 ‘IGF’가 평양에 북한사무소를 개설하기로 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닛칸스포츠 등 일본 언론들이 13일 보도했다.

평양에서 9일 열린 북한 건국 61주년 행사에 참가하고 12일 귀국한 이노키는 “스포츠 교류를 통한 세계평화라는 내 꿈을 실현하고 프로레슬링 흥행을 위해 IGF 북한사무소를 설립하기로 북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5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북·일 간 긴장과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이노키의 방북은 관심을 모았다. 그는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북한과의 교류가 필요한데, 좀처럼 (북한 쪽의)정보를 얻기 힘들어 그들의 속내를 알고 싶었다”며 방북 배경을 설명했다. 이노키는 냉각된 북·일 관계에 대해 “일본과 북한, 세계와 북한의 지금 같은 관계가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며 “상호 교류를 해야만 대화를 할 수 있고, 그 교류의 방법이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무소 개설은) 작지만 외교창구를 만들어나간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소 설립에 관한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이노키는 이번 방북 때 북한 측으로부터 국제무도경기대회 명예회장 취임을 요청받고 이를 수락한 상태다.

이노키는 김정일 후계자 문제에 대해는 “이미 내정돼 있는 것 같았다. 북한 당국 고위 간부들이 후계자를 ‘대장님’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노동당 간부나 일반 시민들과도 이야기를 했는데, 이미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었으며 일본에 알려진 인물(김정운)이었다”고 밝혔다. 닛칸스포츠는 “IGF 평양 사무소 개설과 이노키의 명예회장 취임을 계기로 95년 4월 38만명을 동원한 ‘평화를 위한 평양국제 체육·문화축전’이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해 또다시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1994년 이후 지금까지 19차례 방북, 북한과 독자적인 대화 라인을 갖고 있는 이노키는 민간외교로 북·일 간 외교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노키는 박치기왕 김일(1929-2006)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후배다. 두 사람은 북한 출신인 일본의 전설적인 프로레슬러 역도산(1924-63)의 애제자이기도 하다. 이노키는 95년 북한에서 프로레슬링 대회인 ‘평화의 제전’을 개최한 데 이어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제무도경기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95년 2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축하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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