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단축운행 첫날… 역마다 막차타기 퇴근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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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 지하철노조가 파업에 돌입한지 나흘째인 22일 지하철 2~4호선의 운행시간이 밤 12시에서 오후 10시로 2시간 단축됨에 따라 곳곳에서 '귀가전쟁' 이 벌어졌다.

또 당산역에서 기관사의 졸음운전으로 전동차가 보수 중인 당산철교 아래 88올림픽대로로 추락할 뻔한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 귀가전쟁 = 지하철의 야간 단축운행이 시작된 이날 오후 9시쯤부터 지하철 역마다 마지막 열차를 타기 위해 시민들이 몸싸움까지 하는 귀가전쟁이 벌어졌다.

또 종로 등 도심을 비롯, 시내 전역에서 마지막 지하철을 놓친 시민들이 버스.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로 몰려나오는 바람에 북새통을 이뤘다.

오후 9시50분쯤 막차가 떠난 2호선 신도림역에선 이를 모르고 30여분간 기다리던 시민 수백명이 "왜 안내방송을 제대로 하지 않았느냐" 며 역무원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8시20분쯤부터 시청역엔 8시54분에 출발하는 2호선 당산행 마지막 전동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승객 5백여명이 몰려들어 대혼잡이 일어났다.

2호선 신촌역은 오후 9시50분쯤 막차가 떠난 뒤 역무원들이 개찰구를 막고 지하철이 끊겼다고 안내에 나섰다.

한편 강남.신촌 등 유흥가 일대는 손님들이 일찍 집으로 돌아가 오후 10시를 넘어서자 오히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 시민이 지하철 운행단축에 대비, 승용차를 타고 나온 데다 부제가 풀린 택시 등이 몰려나오는 바람에 시내 곳곳은 밤 늦게까지 심한 정체를 빚었다.

남부순환도로. 남태령고갯길. 수색로. 자유로. 양재로와 동부.서부 간선도로 등 도심에서 외곽으로 빠지는 주요 도로는 귀가를 서두르는 차량들로 평소보다 한시간 일찍 정체가 시작됐다.

또 경인고속도로.올림픽대로도 평소보다 20~30% 늘어난 차량들로 심한 혼잡을 빚었다.

오후 10시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회사원 김성룡 (32.송파구잠실동) 씨는 "지하철이면 한번에 갈 수 있으나 버스는 두번을 갈아타야 한다" 며 "피곤한 퇴근길이 더욱 파김치가 되게 됐다" 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 관계자는 "야간 운행단축으로 승용차 통행량이 평소보다 약 15만대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고 말했다.

한편 명동성당 백남용 (白南容) 신부는 이날 오후 3시 기자회견을 통해 "노조측에 농성을 위해 설치한 천막을 철거해 달라" 고 요구했다.

문경란.이지영.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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