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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쁨] 서울중앙병원 정연화 간호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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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생과 사의 전쟁터인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저에게 새삼 생명과 사랑에 대한 경외감을 심어준 30대 부부가 있습니다.

아내 (30) 는 95년 4월 운동신경이 마비되고 호흡장애가 오는 '근위축성 축삭경화증' 이라는 희귀 질병으로 입원한 이후 오늘도 인공호흡기를 단 채 목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링거 주사와 혈액검사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는 그녀에게도 땅거미가 어둑해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찾아드는 행복이 있습니다.

남편 (32) 이 찾아올 때입니다.

그는 막노동을 하며 아내의 병원비와 딸 (7) 의 생활비를 대느라 하루도 편히 쉬는 날이 없지만 3년 넘도록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작업복 차림으로 중환자실을 찾고 있습니다.

위험한 공사장에서 일을 끝마치면 몸은 젖은 솜처럼 무거울테지만, 그가 우울한 얼굴이나 힘든 내색을 하는 걸 본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혹시라도 일자리를 찾아 지방으로 가게 될 때면, 그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거나 전화로 안부를 물으면서 아내에게 '사랑한다' 고 전해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습니다.

병원비 부담도 힘들테고 딸과 함께 10만원짜리 월세방에 살고 있지만 남편은 지금도 아내의 기적같은 회생을 굳게 믿으며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괜히 저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비록 자신의 가족이라 할지라도 희망없이 야위어 가는 환자에게 3년 넘게 한결같은 사랑으로 보살핌을 주는 사람을 간호사로 일하면서도 저는 그리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장기간의 투병은 환자는 물론 가족에게도 많은 고통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치열하고 힘겨운 중환자실에서 그 부부가 발산하는 사랑의 향기는 병마와 싸우고 있는 다른 환자들에게는 용기를, 간호사들에게는 일의 보람을 주고 있습니다.

서울중앙병원 정연화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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