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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온 여왕] 안동 생일잔치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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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생일을 축하합니다!" 엘리자베스 2세가 안동에서 맞은 생일잔치는 정겹고 흥겨웠다.

21일 오전 11시20분쯤 여왕은 경북안동시풍천면 하회마을에 도착했다.

여왕은 서애 (西厓) 유성룡 (柳成龍) 선생의 종택인 충효당 (忠孝堂) 을 들러 50m쯤 떨어진 담연재 (澹然齋) 로 들어섰다.

하늘색 모자와 흰색 투피스 정장을 한 여왕이 모습을 드러내자 한복을 차려입은 주민들과 관광객 등 1천여명은 태극기와 영국기인 유니언 잭을 흔들며 열렬히 환영했다.

여왕은 집주인 유선우 (柳善佑.63.아르떼기획 회장) 씨 부부와 차남 류시원 (柳時元.28.탤런트) 씨, 유종하 (柳宗夏) 전 외무장관의 안내를 받았다.

담연재 뜰에서는 이의근 (李義根) 경북지사.정동호 (鄭東鎬) 안동시장 등 30여명이 여왕을 영접했다.

여왕이 하얀 의자에 앉자 꽹과리 소리를 시작으로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회원 21명이 신명나는 탈춤을 펼쳤다.

여왕은 초랭이와 부네의 우스꽝스런 모습과 신명나는 몸동작에 연신 엷은 미소를 지었다.

턱이 분리된 양반탈을 보곤 탈놀이보존회이사장 도영심 (都英心.53.여) 씨에게 "왜 저렇게 만들어졌느냐" 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여왕은 都씨의 설명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공연단원은 어디 사람들이냐" "정부에서 지원은 있느냐" 는 질문도 던졌다.

이날 선보인 '양반선비마당' 은 10여분 동안 진행됐다.

여왕은 공연자와 인사를 나누다 각시탈을 쓴 공연자가 남자인 걸 알곤 매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공연자와 일일이 인사를 나누는 동안 앞뜰엔 다시 생일상이 차려졌다.

공연자 맨끝에 섰던 김종흥 (金鍾興.46.파계승역) 씨가 "오늘이 생일" 이라고 하자 여왕은 "정말이냐" 며 반가운 듯 金씨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金씨의 안내로 생일상 앞에 선 여왕은 이날 생일을 맞은 배정순 (裵貞順.57.여.농업) 씨 등 주민 4명과 일일이 축하인사를 주고받았다.

金씨가 "여왕님의 생일을 축하한다" 며 축배를 제의하자 여왕은 환하게 웃으며 노란 유기잔에 담은 청주 축배잔을 높이 들었다.

"해피 버스데이 투유!" 여왕은 축하잔을 다 비웠다. 이어 전통음식연구회장 조옥화 (趙玉花.78.여) 씨가 마련한 생일 큰상을 자세히 살폈다.

상에는 47가지 음식과 오랜만에 재현된 '떡꽃화분' 과 봉황문양으로 만든 '문어오림' 이 올랐다. 여왕은 그러나 음식을 들지는 않았다.

여왕은 경북도가 재현한 순종황후 화관과 담연재에서 준비한 오방색 복주머니 선물을 받은 뒤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20여분 동안 머문 하회마을을 떠났다.

안동 =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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