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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못된 버릇’ 유권자가 혼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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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연설하는 동안 오바마를 향해 “거짓말”이라고 고함친 조 윌슨(공화당·사진) 의원이 거센 역풍을 만났다. 민주당과 공화당, 유권자와 언론이 한목소리로 그를 비난했다. 의사당 안에서 기본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한 것을 적당히 덮어 둘 수 없다는 것이다.

◆‘윌슨 낙마’ 바라는 주민 늘어=윌슨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제2선거구 출신의 5선 하원의원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윌슨의 선거구에서 그에게 도전하는 민주당 롭 밀러 후보에게 후원금이 쇄도하고 있다. 하루 만에 1만4000명의 기부자가 밀러에게 총 50만 달러(약 6억1000만원)를 몰아줬다. 밀러는 6월 말까지 4만8000달러(약 5900만원)의 선거자금을 모았을 뿐이다. 같은 기간 윌슨의 모금액은 21만 달러(약 2억6000만원)였다. 지난 5월 밀러는 “내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의원에 재도전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무명 인사였다.

◆식지 않는 비난 여론=윌슨은 9일 밤 사과 성명을 냈다. 오바마는 “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한다”며 받아들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10일 “대통령직에 대한 존경이 부족한 행동”, 공화당은 “의회 품격을 떨어뜨리고 대통령을 희화했다”고 윌슨을 비판했다.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주 방위군 대령 출신인 윌슨과 그의 네 아들이 군인 의료 보장 혜택을 공짜로 받고 있으면서도 퇴역 군인들을 위한 의료보험 도입에는 11번이나 반대했다”고 꼬집었다. 미국 언론은 또 “윌슨이 8년간 제약회사·병원협회·보험회사 등으로부터 41만4000달러의 후원금을 받았다”며 윌슨이 의료 관련 단체의 로비 때문에 의료보험 개혁에 반대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사당에선 엄격한 품격 요구=미국에서도 정치인을 향해 야유·비난을 퍼붓는 게 드문 일은 아니다. 대통령 역시 비판의 대상이다. 하지만 품격이 요구되는 의사당에서의 소란은 드물다. 미국 의회 측은 의사당 내에서의 질서와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적 공격이나 모욕, 심지어 의원의 진정성을 따지고 드는 행위까지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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