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최고 교포연출가 쓰카 고헤이 두번째 서울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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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때로는 과장되게 또 때로는 폄하되어 고국에 알려지기 쉬운 존재가 재외교포다.

일본의 극작가이며 연출가인 쓰카 고헤이 (한국명 김봉웅) 역시 마찬가지. 최연소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 수상 (73년). 전후세대 첫 나오키문학상 수상 (82년) 등 화려한 경력에다 85년 한국 초연 당시 보여준 그의 천재적인 연출역량 덕분에 한국에서도 그의 이름이 알려지긴 했지만, 일본 내에서 국적을 초월해 '최고' 로 인정받는 그의 위치에 비한다면 이 땅에서는 오히려 '잘나가는 교포작가' 쯤으로 손해를 보는 면도 없지 않다.

그가 14년만에 다시 고국무대를 찾았다. 85년 초연했던 '뜨거운 바다 - 도쿄에서 온 형사' 재공연과 새로운 버전 '뜨거운 파도 - 평양에서 온 형사' , 그리고 자신이 95년 창단한 쓰카 고헤이 극단의 '여형사이야기' (원제 매춘수사관) 세 작품을 나란히 서울에서 올린다.

일본배우들의 일본어 공연 (23~25일)에 앞서 지난 16일부터 문예회관 대극장에서는 '도쿄에서…' 와 '평양에서…' 가 밤낮으로 번갈아가며 한국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도쿄에서…' 는 초연 당시 출연배우인 전무송과 김지숙.강태기에다 손병호가 가세했다. 지난해 공개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로 이루어진 '평양에서…' 는 전무송의 딸 전현아와 김병춘.유형관.박순철 등이 출연한다.

73년 쓰카 고헤이에게 기시다 구니오상을 안겨준 희곡 '아타미 살인사건' 을 한국상황에 맞게 조금씩 수정한 작품들로 내용은 나이든 형사와 젊은 형사.여형사가 살인용의자를 조사하는 과정이다.

정신분열환자들을 만나고 있는 착각이 들 만큼 도치된 인간상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코미디이고, 미성년자관람불가 공연에 걸맞게 적당히 '저질스런' 에로티시즘을 섞었다.

싸구려 나이트클럽 무대를 연상시키는 등장인물들의 노래솜씨 자랑도 적절히 버무려져 있다.

두 작품 모두 관객의 반응은 둘로 나뉜다. 한쪽은 자지러지고 또 다른 한쪽은 잠을 잔다. 공통된 반응을 찾으라면 뒤죽박죽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역할답지 않은 엉뚱한 행동과 대사가 웃음을 자아내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작품을 단순히 웃고 즐기는 코미디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퍼즐을 맞춰나가듯 풀려나가는 사건의 전모 속에 담긴 여성문제와 동성애.귀순한 북한동포문제 (또는 재일한국인문제) 를 심각하게 보아야 할지 관객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다만 분명한 것은 너무나 일본적인 색채 때문에 한국 정서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도쿄에서…' 는 27일까지 매일 오후 7시30분 (19일 공연 없음) , '평양에서…' 는 27일까지 매일 오후 4시30분 (19일 오후 7시30분.23~25일 공연 없음)에 공연된다. 02 - 539 - 0303.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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