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행한 대한항공기 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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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또 대한항공기 추락사고가 일어났다.

중국 상하이 (上海) 홍차오 공항을 이륙한 대한항공 화물기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고도를 잡지 못하고 추락했다.

승무원 3명과 중국인 5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부상하는 참사였다.

추락기가 고층아파트 건물을 두번씩이나 피해 대규모 인명피해를 줄인 것은 불행중 다행스런 일이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기체결함일 수도 있고 화물 속에 혹시 폭발물이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물론 조종사의 과실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사고를 현 단계에서 곧 대한항공측의 잘못이라고 단정해서는 안될 것이다.

최근 잦았던 사고에 이어 다시 이번 일을 당한 대한항공의 불행과 불운에 대해 우리 역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대한항공측으로서는 크든 작든 잦은 사고가 일어나는 데 대해서는 스스로 내부에 어떤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지나 않은지 점검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철저한 내부점검과 반성을 통해 거듭나는 변신을 보이지 않고서는 항공사 자체의 신인도가 추락하는 불행을 맞을 수도 있다.

4월 8일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지는 대한항공 내부문건을 인용하면서 대한항공의 잦은 사고 원인을 이렇게 분석, 보도했다.

①기장에게 'No' 라고 말할 수 없는 조종실 권위주의 문화 ②영어가 짧아 지상관제탑과의 언어소통 문제 ③조종사의 만용이나 실수 가능성 등의 이유가 대한항공의 잦은 사고 요인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번 사고가 이런 요인들 때문에 일어났다고 볼 근거는 없지만 이런 문제점을 시정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97년 괌참사 이래 지난해 8월부터 두달동안 7건의 사고가 줄을 이으면서 대한항공은 일부 국내노선 운항정지와 국제선 감편 (減便) 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후 대한항공은 1천5백억원을 들여 미국 델타항공사와 제휴해 항공요원들의 재교육과 1백여대의 보유 항공기에 대한 일제점검을 실시 중에 있었다.

내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참사가 또 일어났으니 항공사측으로서도 맥이 빠질 것이다.

이번 사고의 원인 분석이 어떤 결과로 나타나든 더 이상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는 과감하고 심도있는 자체분석과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해 신인도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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