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집 절도사건 두고 여야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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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 도둑의 '양심 선언' 은 정치권에 일파만파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한나라당은 집권세력의 부도덕성과 이중성을 증명한 사건이라며 대여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고, 국민회의측은 "도둑의 말에 놀아나고 있다" 며 반박했다.

그러나 폭로 내용이 상당부분 사실로 밝혀져 상당한 후유증이 따를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유종근 (柳鍾根) 전북지사와 김성훈 (金成勳) 농림부장관 등 권력 핵심인사가 포함되고, 비리혐의를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치쟁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회창 (李會昌) 총재를 수행해 부산을 방문 중인 안택수 (安澤秀) 대변인은 즉각 "후안무치한 이 정권의 이중인격, 도덕의 타락을 증명하는 사건" 이라고 규정하고, 특검단의 수사를 촉구했다. 자체적으로 진상조사특위도 구성했다.

한나라당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대통령의 경제특보이자 실세인 柳특보가 IMF로 온 국민이 10~20달러를 은행에 내는 시점에서 무려 12만달러를 은닉했다는 것" 이다.

특히 도난당하고도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고, 범인을 잡은 뒤에도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회유했다는 부분은 현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고 있다고 보고 있다.

安대변인은 "이러면서도 정치개혁과 민주발전을 주장하지만 하등의 설득력이 없는 구두선에 불과하다" 면서 "도덕성이 완전 파괴된 김대중 정권은 진상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국민 심판을 받아야 한다" 고 주장했다.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을 맡은 정형근 (鄭亨根) 의원도 "고위공직자와 안양서장 등이 집안에 엄청난 액수를 챙겨놓고 있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 면서 "앞으로 이 사건에 대해 모든 당력을 기울여 사건의 진상파악에 나설 것" 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를 위해 추가적인 물증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즉 절도범 김강용이 진술한 내용 중 柳지사가 보유했다는 달러와 안양경찰서측이 조사과정에서 축소.은폐하려 했던 내용 등이 가장 핵심 부분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는 즉각 柳지사 등 관련 인사들의 반박자료를 챙긴 뒤 한나라당이 일개 절도범의 주장에 놀아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절도범과 한나라당측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여권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성 문제가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킬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전영기.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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