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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피날레] 5. 이반 렌들, 비외른 보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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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1877년 윔블던대회를 시작으로 테니스는 국제적인 스포츠로 발전해 왔다. 1백년이 지난 70, 80년대에 이르러 테니스는 화려한 꽃을 피웠다.

그리고 그 정점에 두 거인이 있었다. 비외른 보리 (44.스웨덴) 와 이반 렌들 (39.체코) . 스웨덴 국민들은 스웨덴에 '3대 보물' 이 있다고 말한다.

팝그룹 '아바' 와 자동차 '볼보' , 그리고 '비외른 보리' .아홉살때 아버지가 탁구대회에서 상품으로 타온 테니스 라켓을 재미삼아 잡았던 이 스웨덴 청년은 이후 윔블던 5연패, 프랑스오픈 6회 우승 등 70년대 중반부터 세계 테니스계를 뒤흔들었다.

보리가 노쇠 기미를 보이자 80년대는 새로운 스타를 갈구했다. 그 기대에 렌들이 화답했다.

보리가 15세 때 중학교를 자퇴하고 테니스에 몰두할 정도로 '자발적' 인 테니스를 해나간 반면 렌들은 세살때 국가대표 테니스 선수였던 엄마 손에 이끌려 억지로 라켓을 잡아야 했다.

뒤늦게 테니스의 맛을 알게 된 렌들은 83년 1월 볼보마스터스 대회 결승서 존 매켄로를 물리치고 '렌들 시대' 의 개막을 알렸다.

렌들은 여세를 몰아 83년부터 5년간 줄곧 세계랭킹 1위를 지키며 프랑스오픈을 필두로 메이저대회를 하나씩 제패해 나갔다. 렌들은 지금까지 최다 랭킹1위 기록 (2백70주) 을 보유하고 있다.

보리에게 천재성이 있었다면 렌들에게는 성실함이 자리했다. 대포알 서비스를 퍼붓는 보리는 데이비스컵 국가대표 (15세).윔블던대회 우승 (20세)에서 최연소 기록을 갖고 있다.

심장 박동수가 일반인의 반 정도인 38로 지구력이 남보다 뛰어난 타고난 신체조건도 일조했다.

반면 렌들은 꾸준히 연습해 늦게 빛을 본 선수였다. 큰 대회를 앞두고는 사용구를 미리 알아보고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선수와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를 초청해 연습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큰 키를 이용한 공격 테니스를 구사한 렌들이 US오픈 8년 연속 결승진출 (82~89년) , 44게임 연속우승, 66게임 연속 실내경기 우승 등 연속 우승기록이 수두룩한 것도 성실함이 바탕이 되었다.

이들의 은퇴후 삶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선수시절 벌어들인 돈으로 '6천만달러의 사나이' 로 불렸던 보리는 은퇴후 잦은 사업실패로 빚더미에 앉아 있는 반면 렌들은 스포츠용품 사업이 번창하고 한때 프로골퍼로도 활약하는 등 편안한 삶을 즐기고 있다.

서로 다른 시대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보리와 렌들이 격돌한다면 누가 이길까. 그랜드슬램대회 11회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갖고 있는 보리와 존 매켄로.지미 코너스라는 거대한 산을 넘었던 렌들을 절대 비교할 수는 없다.

대신 매켄로의 이 한마디가 두 테니스 영웅을 대변해 준다. "보리로부터 테니스를 배웠고 렌들에게서 테니스의 위력을 느꼈다. "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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