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권유 '찐드기작전' 협박.회유.독촉전화 극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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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오는 15일 국민연금 가입 마감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 지사와 일선 읍.면.동사무소들의 실적 경쟁에 따른 잡음이 속출하고 있다.

무자격자를 반강제로 가입시키고 가입조건으로 불입료를 멋대로 할인해주는가 하면 가입을 거부하는 주민들에게 협박성 권유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대구시남구대명동 崔모 (57.주부) 씨는 최근 동사무소로부터 무직자인 3남 (27) 의 국민연금 가입문제로 전화를 다섯번이나 받았다.

지난주초 아들을 대신해 '무소득' 임을 확인하는 소득정정신청서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독촉전화가 걸려오자 "가뜩이나 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속상한 데 약올리는 거냐" 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북전주시완산구삼천동 李모 (53.노점상) 씨는 한달 수입 80만원 가량으로 5인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데 연금관리공단지사로부터 월 8만원씩 불입하라는 통보를 받고 "수입에 비해 불입료가 너무 많다" 며 버티다 공단과 동사무소의 끈질긴 독촉전화에 굴복했다.

하지만 동료 노점상 朴모 (49.전주시완산구효자동) 씨가 공단직원들과 입씨름 끝에 당초 8만원으로 통보받은 불입료를 3만원으로 깎았다는 얘기를 듣고 할인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며 앞으로 보험료를 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충북청주시가경동 치과의사 李모 (37) 씨는 망설이다 동사무소 직원으로부터 솔깃한 제의를 받고 지난 10일 가입했다.

신고권장 소득이 3백60만원인 치과의사의 경우 매달 10만8천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야 정상이지만 "소득액을 적당히 신고하면 불입액을 월 2만5천원으로 맞춰주겠다" 는 제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12일 현재 전국의 국민연금 가입대상자중 소득신고를 마친 사람은 전체의 94.2%인 9백55만여명. 이에 따라 실적이 낮은 일선 읍.면.동 직원들은 밤 늦게까지 주민들에게 전화를 하거나 집에 찾아가 '떼' 를 쓰기도 한다.

특히 '신고율 높이기 작전' 을 전개하고 있는 서울시내 5백22개 동사무소 직원 대부분은 '보험가입 독려요원' 으로 연일 동원돼 오후 10시까지 비상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엔 오후 11시30분까지 가정방문을 강행, 시민들이 "잠도 못자게 한다" 며 항의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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