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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직폭력과 전쟁' 선언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검찰이 12일 조직폭력 범죄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섬에 따라 그 배경과 폭력조직 실태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마다 1천명 이상의 조직폭력범을 구속해온 검찰이 공식적으로 전면전을 선포한 것은 90년 10월 '범죄와의 전쟁' 이후 처음이어서 수사 강도와 의지를 가늠케 해준다.

검찰이 칼을 뽑아든 직접적 계기는 두목급을 비롯한 주요 조직폭력배들의 대거 출소와 이에 따른 조직 재건 움직임. 대검에 따르면 90년 이후 지난 2월까지 구속된 1만3천1백87명의 조직폭력배 중 85%인 1만1천3백22명이 출소했다.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 (金泰村.2004년 출소 예정) 씨를 빼고는 '양은이파' 조양은 (曺洋銀) 씨, '꼴망파' 최태준씨, '칠성파' 이강환씨 등 한때 국내 폭력계를 주름잡았던 대부 (代父) 들이 모두 자유의 몸이 됐다.

검찰은 여기에다 IMF라는 경제위기 상황이 조직폭력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60~70년대에나 있던 생계형 범죄가 이른바 'IMF형 범죄' 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등장, 사회전체의 불안요소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한햇동안 살인.강도 등 흉악범 (1만4천5백23명) 이 전년도에 비해 29.9%나 증가했고 히로뽕사범도 32.1% 늘었다.

또 최근 힘의 공백기를 틈타 전국에서 우후죽순격으로 탄생한 신흥조직들이 본격적으로 세력확장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서울강남의 T나이트클럽 사장 테러사건이 그 단적인 예로 검찰은 신흥조직 3개파가 '연합전선' 을 형성한 뒤 세 과시 차원에서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폭력조직들이 합법화를 가장, '마피아식' 의 기업형 폭력조직으로 급속히 변모해가면서 사업영역을 크게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흥업소.건설업체 등 기존영역 외에도 청부폭력.폐기물처리업.러시아여성 취업알선 등에 이미 뛰어들었으며 마약 밀매와 장기 밀매.저작물 불법 복제.음란물 유통 등에도 손을 대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조직들이 조직원 노출 방지와 비용절감을 위해 종전의 '조직계보' 중심에서 사안에 따라 일시적으로 모였다 다시 흩어지는 탄력체제로 바뀌는 등 더욱 지능화되고 있는 실정.

검찰 관계자는 "지금 이들을 척결하지 못할 경우 일본 '야쿠자' 등과 연계된 국제조직이나 총기사용집단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들의 활동에너지인 '자금원' 차단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직폭력범죄 관련 특별법을 추진하는 것도 자금원을 직접 차단, 조직 자체를 와해시키기 위해서다.

현재는 폭력조직의 자금이라도 구체적으로 범죄를 통해 얻은 수익이라는 것을 검찰이 입증해야만 몰수할 수 있다.

그러나 특별법이 제정될 경우 피의자 스스로 범죄를 통해 얻은 수익이 아니란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전액 몰수가 가능하다.

검찰 관계자는 "유엔에서도 범죄조직 자금원의 직접적인 규제를 위한 협약을 내년 10월까지 마련할 계획" 이라며 "미국.독일.일본 등의 입법례를 참조, 시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 고 밝혔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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