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0대 숨통 터준 KBS2 미니시리즈 '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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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집단 따돌림 등의 소재와 새로운 얼굴의 캐스팅으로 화제가 됐던 KBS2 미니시리즈 '학교' 가 오늘로 막을 내린다.

지난 2월22일부터 16부작으로 방영된 이 드라마의 평균 시청률은 16% 정도에 그쳤지만 실제 10대들 사이의 체감 시청률은 그보다 훨씬 컸다.

PC통신에선 '10대들의 숨통을 터줬다' 는 찬사부터 '비현실적이고 상업적' 이라는 비판까지 이 드라마를 바라보는 의견이 분분했다.

'학교' 가 10대들의 시선을 단숨에 휘어잡은 것은 모처럼 교무실과 교실을 무대로 한 드라마였다는 점. 90년대 초반 이후 트렌디 드라마가 판을 치면서 학교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아예 PD들의 눈밖에 나가 있었다.

'안 팔린다' 는게 그 이유. 자신들의 얘기에 목말라하던 10대들에게 '학교' 가 '가뭄 끝의 단비' 역할을 했던 데는 KBS측의 배려가 깔려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KBS는 이 프로에 대한 10대의 반응에 힘입어 다음달부터 출연진을 바꿔 주1회 정규편성할 예정. 하지만 제작진은 시청률 경쟁의 격전장에 서있는 미니시리즈란 부담을 끝내 떨쳐버리진 못했다.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소재를 사실적으로 다룬다는 기치하에 '집단 따돌림' '교내 폭력을 통한 티켓 강매' '여고생의 임신과 낙태'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학생' 등 흥미 위주의 소재를 지속적으로 다룬데는 시청률을 의식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렵다.

또 화면구성 역시 만화를 연상케 할 만큼 파격적이었다. '흔들어 찍기' 라든가 싸우는 장면에서 자주 사용된 '대각선 구도' '아래에서 찍기' 등은 사건의 동기나 결과보다 순간 순간 상황을 더 부각시킨다는 면에서 영상세대를 겨냥한 화려한 '포장술' 에 치우쳤다는 것이다.

경실련 방송모니터회 한상희 간사는 "청소년 드라마에서 금기시 돼 왔던 소재들을 선택한 점은 높이 사지만 이끌어가는 방식이 현란했던 게 옥의 티" 라고 분석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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