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의 세계] 6. 궤좌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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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기수련을 하는 입장에선 늘 우리의 전통적인 좌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결가부좌나 반가부좌는 모두 역사의 뿌리를 인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통수련법을 교시 (敎示) 한 '삼일신고 (三一神誥)' 에 보면 반드시 '궤좌 (궤坐)' 의 자세를 취하라고 쓰여 있다.

'궤좌' 란 무릎을 꿇고 앉는 자세로 흔히 '정좌 (正坐)' 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오랜 옛날부터 무릎꿇고 앉는 자세가 바른 자세라고 여겼기에 생겨난 말이다.

수련하는 이들에게 '정좌' 하라고 가르치면 일본식 좌법이 아니냐고 묻는다.

물론 '정좌' 가 일본식 좌법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뿌리가 우리의 역사 속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데 같은 '정좌' 라도 일본식 좌법과 우리의 전통 좌법인 '궤좌' 와는 앉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

일본식은 무릎을 꿇고 두발바닥을 포개든가 아니면 엄지발가락을 살짝 겹치게 해서 앉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의 정좌법은 무릎을 꿇고 앉되 두발의 엄지발가락이 서로 맞닿게 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와 아울러 두 무릎과 두발의 발가락을 땅에 닿게 하여 엉덩이를 발뒤꿈치에 싣는 앉음새도 전통궤좌법의 하나로 꼽힌다.

궤좌 즉 정좌와 결가부좌 또는 반가부좌는 수련의 공효 (功效)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초심자가 수련할 때 결가부좌는 힘들기도 하거니와 균형과 중심을 잡기가 어렵다 반가부좌는 쉽다곤 하지만 역시 좌우의 균형을 잡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반해 궤좌는 앉기도 쉬울 뿐 아니라 균형과 중심을 잡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허리를 곧게 펴고 앉으면 절로 하단전 (下丹田)에 기운이 모이게 마련이다.

따라서 수련의 효과가 어느 좌법보다도 빠르게 나타난다.

하루종일 궤좌로 앉아 90평생을 수행한 다석 (多夕) 유영모 (柳永摸.사진) 는 이 좌법을 '하나 (一)' 를 찾는 '일좌 (一坐)' 법이라고 했다.

함석헌 (咸錫憲) 의 스승인 다석은 '씨' 사상의 창시자일 뿐 아니라 '일좌' 의 수행으로 몸생명에서 얼생명으로 솟았다고 추앙받았다.

다석은 '일좌' 와 태식 (胎息) 으로 '참 (眞)' 의 경지에서 이승을 떠났다.

그런데 다석이 추구한 '하나' 는 바로 일시무시 (一始無始) 의 그 '하나' 였다.

'하나' 는 우리 겨레뿐 아니라 인류의 시원 (始源) 을 뜻하는 거룩한 '하나' 인 것이다.

그런 뜻에서 일좌법 곧 궤좌법은 천부 (天符) 의 좌법인 셈이다.

이규행 <언론인.현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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